[씨네21 리뷰]
거기에 가면 그런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듀엣>
2012-04-1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처음에 그녀의 여행 목적은 떠나간 첫사랑을 잊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낸시(고아성)이며 사진과 음악을 동시에 사랑하는 젊은 예술가다. 그녀가 도착한 영국, 거기에 주드(제임스 페이지)라는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그의 역할은 그녀의 영국 여행을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둘은 음악에 대한 관심과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점점 가까워진다. 그들은 각자의 인생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슬픔과 기쁨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15일 동안 영국을 여행하며 낸시가 느끼는 것은 혹은 그녀를 만나게 된 주드가 느끼는 것은 새로운 사랑의 감정이다.

<듀엣>에는 멋진 여행지가 많이 등장한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글래스톤베리’에 도착하면 낸시는 기쁨에 겨워 몸을 흔든다. 해안의 절경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세븐 시스터스’에서는 자연의 거대함에 넋을 잃는다. 비틀스가 걸었던 ‘애비 로드’ 또한 빠뜨려서는 안되는 곳이다. 그녀는 예술가니까. 영화에 등장하는 그곳들은 누구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혹은 <듀엣>은 ‘누구라도 거기에 가면 그런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고 비밀스럽게 속삭여주는 것 같다. <괴물>의 그 중학생 소녀 현서를 연기했던 고아성이 성인이 되어 사랑에 웃고 울고 있고 제임스 페이지라는 영국의 신인배우가 그녀의 새롭고 신선한 파트너다. 감성적인 음악들도 시종일관 멈추지 않고 흘러나온다. 미지의 여행지와 젊은 배우들과 감성적인 멜로디들. 저 멀리 영국에서 날아와 아직 떠나지 못한 우리의 여행에의 감상과 사랑에의 꿈을 독려하는 영상 엽서. 하지만 그 영상 엽서는 애석하게도 흥미롭거나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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