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풍월주> <번지점프를 하다>(2012)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2011) <엣지스>(2010) <살인마 잭>(2009) <제너두>(2008) <풋루스>(2005)
최유하는 인터뷰 전날 <풍월주> 주말 2회 공연을 가졌다. “감정적인 소모가 커 진이 빠지는 공연”이었다고 전날의 무대를 회상한 그녀는 1회 공연을 마치고 2회 공연을 준비하며 피로회복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고 한다. 어디 피로회복제뿐인가. 홍삼, 배즙, 오미자차, 비타민, 글루코사민, 오메가3 등을 매일 배부르게 먹어댄다. 특히 올해는 무대에 서지 않는 날엔 연습실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끝나자마자 <풍월주>에 돌입했고, <풍월주>가 끝나면 곧 <번지점프를 하다>로 무대에 서야 한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하다는 게 이런 걸까. 최유하는 지난해 “말도 안되는 슬럼프를 겪었다”. 그녀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고 지나치게 까다로운 철칙을 안고 사는 사람이었다. 충분히 다재다능함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그동안 스스로를 괴롭혔다. “지난해 초 <엣지스>를 끝내고 뮤지컬은 내 길이 아니다 싶었어요. 퍼포밍 아트쪽을 공부해볼까 싶어 유학 준비를 했는데, 하루에 네 시간씩 토플학원에 다니면서 뮤지컬쪽 사람들은 만나지도 않았어요.” 최유하는 <엣지스>로 4개월 동안 원캐스트로 무대에 섰다. 에너지 소모는 클 수밖에 없었고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자신을 덮쳤다. 그런데 쉬면서 깨달은 건 “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거였다. 무대가 주는 희열, 관객이 주는 에너지 없이 살아가는 건 그녀에게 고역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내성적이었던 초등학생 시절에도 학교에서 연극을 하면 꼭 주인공을 해야 했다. 그리고 “꿈과 희망과 노래와 연기가 모두 담긴 디즈니의 세계에 푹 빠져” 유년기를 보냈다. 중학생 땐 방송반, 고등학생 땐 연극반을 하며 배우의 길에 다가서나 싶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시련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반대했다. 결국 고향인 포항을 떠나 “일단 서울로 도피하자” 싶어 성균관대 어문학부(독어독문 전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뮤지컬쪽 ‘끈’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뉴욕행이었다. “뮤지컬 하면 브로드웨이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떠난 유학 길. 그녀는 뉴욕에서 보컬 코치를 찾아나섰다.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컬 교육을 받은 그녀는 1년 반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유하의 무데뽀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 오디션이 그녀의 데뷔작이 된 <풋루스>다. 뮤지컬 경력이 전무했던 그녀는 <풋루스>의 귀여운 조연, 러스티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신인 때부터 캐릭터를 맡기는 쉽지 않아요. 보통은 앙상블로 데뷔를 하는데, 그때 전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근자감’이라고 하죠. 근거도 없는 자신감. 오디션 볼 당시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연출님이 제게 서브 캐릭터를 제안했는데 전 ‘주인공 아니면 안 해요’ 그랬다니까요.” 결국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풋루스> 공연 첫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었다.
그동안은 재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최유하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제는 정신적으로 여유로워진 그녀의 모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공책에 빼곡히 목표를 적고 달성한 목표에 밑줄 긋는 재미로 살아온 그녀, 어떻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그녀의 모습은 희미했다. 대신 “제 목표는 행복해지는 거예요. 세월이 흘러 마주한 제 얼굴이 편안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최유하가 있었다.
<제너두>가 각별한 까닭?
“B급 코미디, B급 코드를 좋아한다. <제너두>란 작품이 그랬다. 예쁜 척을 하면서 사투리를 쓴다든가 하는. 또 노래도 많았고, 롤러스케이트도 잘 타야 했다. 할 게 많아서 하루하루 행복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