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풍월주>(2012) <늑대의 유혹>(2011) <빨래>(2010∼11) <옥탑방 고양이>(2010) <싱글즈> <내 마음의 풍금>(2009) <김종욱 찾기!>(2007∼8, 2011) <햄릿>(2007) <그리스>(2006∼7) <아가씨와 건달들>(2005)
그의 나이 딱 계란 한판이다. 스물셋에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앙상블로 데뷔한 뮤지컬 배우 성두섭은 서른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선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남자 느낌이 나고 배우 분위기가 나는 때가 30대다.’ 그래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했어요. 나도 곧 서른이 될 거니까.” 말하자면 그에게는 서른 이전과 서른 이후가 있었다. 그리고 서른 이전이든 이후든 변함없이 가지고 가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
뮤지컬 팬들에게 20대의 성두섭은 ‘로맨틱코미디계의 아이돌’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로맨틱코미디만 해온 것은 아니다. 2007년 <햄릿>에서 처음으로 주연 자리를 꿰찬 뒤 <그리스> <김종욱 찾기!> <싱글즈> <내 마음의 풍금> <옥탑방 고양이> <늑대의 유혹> 등 숱한 히트작들을 거쳐왔다. “장르 안 가리고 열심히 했다”는 그의 말대로다. 하지만 관객은 그의 ‘달달함’을 주로 기억했다. “로맨틱코미디라고 할 수 없는 작품들도 많았어요. 근데 남녀관계를 다룬 작품이 많다보니 그렇게 인식된 것 같아요.” 여기에 ‘착한 남자’의 매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여배우가 돋보이도록 해주면서 저는 서브를 많이 맡으려고 해요. 그러면 여배우도 편해지고, 자연스럽게 제 캐릭터도 살아요.” 그 선한 마음이 그를 좋은 로맨틱코미디 배우로 각인시켰을 것이다.
그의 ‘달달한’ 필모그래피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 <늑대의 유혹>이었다. 그를 계기로 그는 누나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뮤지컬계의 강동원으로 등극했다. 처음엔 부담 백배였다. 원작영화가 있고, 아이돌 댄스곡들을 토대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었던 데다, 탄탄한 드라마보다 화려한 쇼가 우선인 무대였기 때문이다. 먼저 관객에게 강동원을 잊게 만들어야 했다. “그게 되겠냐고 주변에서도 많이 놀렸어요. (웃음)” 하지만 그는 꿋꿋이 버텨 그만의 ‘태성’을 만들어냈다. 오히려 문제는 동선의 명분이 없는 성긴 드라마였다. 그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그는 “쇼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 뮤지컬도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뮤지컬에 있어 드라마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최고의 연기”인데 그 자연스러움이란 “드라마가 뒷받침돼야”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기초공사가 잘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초연 작품을 할 때는 새벽까지 연습하는 날이 많다고 한다. 애초에 이야기가 말이 되게 잘 만들어놓는 것이 관건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 시즌에 받아서 하는 사람도 훨씬 수월해요.” 그러면서 16부작짜리를 2시간으로 재구성한 <옥탑방 고양이>와 강원도 아가씨와 몽골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애틋한 만남을 그린 <빨래>를 부듯한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빨래>는 국어책에도 실렸다”며 수줍게 말하는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서른 이후도 달라진 것은 없다. “좋은 드라마를 찾아다닐 것이고, 자연스러운 연기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가 서른의 고개에서 선택한 작품은 <풍월주>다. 신라시대 진성여왕과 두 남자 기생의 삼각관계가 농밀하게 펼쳐지는 무대로, 그는 관계의 중심에 선 ‘열’을 연기한다. 이번에도 그를 잡아끈 것은 밀도 높은 드라마다. “깊이 건드려보고 싶은 디테일이 많았어요.” 더블 캐스팅이 아니기에 5월 초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무대를 이끌어오느라 다소 지친 기색의 그는 또 6월 말부터 시작할 <형제는 용감했다>의 연습에 돌입한 상태다. 유서 깊은 종가의 두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의 익살극에서 그는 동생 주봉 역을 맡는다. 이토록 숨가쁘게 그는 또 10년 마라톤을 시작하고 있다. “꾸준한 배우이고 싶다”는 그의 마흔이 궁금해진다.
<풍월주>가 각별한 까닭?
“사진에서 드러나진 않지만 3층 높이의 무대예요. 실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그래도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매회 두려움을 무릅쓰고 계단을 오른답니다. 가끔은 얼른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