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2012) <셜록 홈즈>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011) <쓰릴미>(2010) <김종욱 찾기!>(2009)
독도가 고향이고 해병대 출신에 이라크 파병 이력까지. 어느 뮤지컬 관련 사이트에선 이런 조강현을 두고 양파 같은 배우라 했다. 그 표현이 옳다. 조강현은, 안다고 섣불리 말하기 힘든 배우다. 하지만 그가 최근 2, 3년 사이 뮤지컬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뜨겁게 떠오른 샛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6월4일 열린 더뮤지컬어워즈에서 그는 <셜록 홈즈>의 앤더슨 역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기대를 크게 했다 낙담도 크게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엔 정말 마음을 비웠었다고. “지난번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전날 돼지꿈을 꿨다. 그래서 부랴부랴 옷도 준비했다. 그런데 (박)은태 형 이름이 불렸다. 표정 관리가 안되더라. (웃음)” 배우가 되고서 처음으로 받은 상 그리고 생애 첫 수상소감. 그는 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현재 연습 중인 코미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조강현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둘째아들 이주봉을 연기한다. “대본을 보고 이 작품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 상황이고, 그런 상황을 연기할 때 스스로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한편으론 배우에게 정말 좋은 시련을 준 것 같아서 도전할 마음이 생겼고.” 이런 시련이 처음은 아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도 조강현은 고향 친구의 죽음을 접한다. 그리고 공연 중 아버지의 암 진단 소식을 듣는다. 그 뒤 2주 동안은 무대에서 매일 울었다. “그때도 개인적인 상황과 작품 속 상황이 서로 부딪혔다. 학교에서 배우긴 배운다. 대리체험을 통해 인물의 정서를 표현하는 법을. 그런데 토마스가 엘빈에게 미안함을 고백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 장면만 되면 울음이 났다. 노래는 한 소절도 못 불렀다. 꺼이꺼이 나오는 울음을 견디려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닥친다. 조강현은 조금 일찍 그 시련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뿐이다.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재학 중에도 그는 학비 때문에 일찍 휴학하고 해병대에 입대했다. 제대 뒤 우유배달, 신문배달, 와인바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 “뮤지컬 앙상블의 페이(pay)가 세다”는 얘길 듣고 <지킬 앤 하이드> 앙상블 오디션을 봤고 그렇게 뮤지컬에 발을 들였다. 춤 못 춘다고 놀리는 동료들에게 선전포고하듯 뱉은 말이 씨가 돼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을 보게 됐고, 탭댄스는 추지 못했지만 노래와 연기만으로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빌리 로러 역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 결국 오디션에선 떨어졌지만 공연 관계자의 눈에 띄어 그는 <김종욱 찾기!>에서 주연으로 데뷔하는 기회를 얻었다.
조강현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배우는 아니다. 대신 그의 연기엔 진정성이 담겨 있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 해도 덤벼들어서 안되는 건 없다”고 말하는 그가 연기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지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믿는 것”이다.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을 믿는 것. “어느 순간 그 인물을 내가 믿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소름이 돋는다. 내가 한마디 내뱉었는데, 이게 정말 그 인물이 내뱉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 때 짜릿하다.” 내년 4, 5월까지는 뮤지컬과 연극을 통해 자신이 느낀 짜릿함을 관객에게도 전해줄 예정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부딪혀볼 생각이다. 그에겐 영화도 ‘할 예정’의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뭐든 도전하고 싶다. 아직은 충분히 실패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끈기있게 나아갈 것이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각별한 까닭?
“개인적인 상황으로 2주 동안 매일 꺼이꺼이 울었을 때, 신기하게 관객도 내가 액팅으로 우는 게 아니란 걸 알더라. 그리고 울음이 터져나오고, 그걸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어떻게 연기로 표현되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노래에 대한 시각과 나의 연기 양식이 좀 변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