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스폰지이엔티의 조성규 대표가 최고의 영화 속 요리로 고른 <나를 둘러싼 것들>의 냄비카레를 보다 왠지 오즈 야스지로의 카레전골이 떠올랐다. <라블레의 아이들>이란 책을 보면 오즈가 같이 일하는 스탭들에게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는 카레전골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그 카레전골의 맛이 “동료들간의 연대의식으로 유지”되는 것이었다고 쓰고 있다. <나를 둘러싼 것들>의 냄비카레가 별미인 까닭도 다르지 않다. 어리바리한 신참 법정 화가를 위해 선배들이 환영회를 열어주겠다며 기자실에서 한 냄비 가득 카레를 끓여 맥주와 함께 먹는데, 달콤한 카레와 쌉쌀한 맥주가 입안에서 엉기며 감칠맛을 내는 동안 그들도 어색함을 내려놓고 한데 어울리게 된다. 그 ‘나누어 먹는’ 행위에 스민 따뜻한 유대감이 하루하루가 살벌한 법정에 온기를 가져다준다.
<카모메 식당>을 비롯해 ‘맛’나는 일본영화를 주로 수입해 온 조성규 대표가 지인과 동료들에게 즐겨 대접하는 메뉴도 카레다. 하기 쉬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카레가 눌어붙지 않도록 30분째 불 앞에 서서 온 힘을 다해 젓고 있는 그의 생각은 다르다. “알고 보면 카레만큼 정성이 많이 드는 음식이 없다. <심야식당>에도 하루 묵은 카레 이야기가 나오잖나. 일본식 카레는 재료가 다 녹아서 눈에 안 보일 때까지 저어야 제 맛이다.”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그 역시 큼지막하게 썰어넣은 재료들이 닳아서 작아질 때까지 카레를 젓고 또 저었다. 어쩌면 요리나 우정이나 정성을 다해 정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즐거운 표정으로 오늘도 친구들 수만큼 그릇에 카레를 담아내고 있는 그를 보니 과연 그런 것 같다.
흰다리새우가 들어간 냄비카레 만드는 법(6인분)
[ 재료 ] 일본식 고형 카레, 흰다리새우 10마리, 햇감자 6개, 당근 2개, 양파 3개, 올리브유, 월계수 잎 3장
1. 햇감자, 당근, 양파를 깨끗이 씻어 큼직큼직하게 썬다.
2. 흰다리새우는 손질해 살짝 데쳐둔다.
3.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양파를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4. 물, 당근, 감자를 넣고 끓이다가 야채가 익으면 고형 카레를 넣는다. 야채 크기가 한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아지면 데쳐둔 흰다리새우와 월계수 잎을 넣고 마지막으로 몇번 더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