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주희 작가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레몬머랭파이 만들기
2012-07-03
글 : 김도훈
사진 : 백종헌
인생의 쓴맛 속의 새콤달콤한 위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레몬파이는 영화 역사상 가장 슬픈 음식 중 하나다. 프랭키는 여자 복서 매기와 함께 홈메이드 레몬파이를 먹고 나서 말한다. “이제는 죽어서 천국에 가도 여한이 없겠어.” 그러나 매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낸 프랭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홀로 레몬파이를 먹는다. 아마도 눈물과 함께.

유쾌한 요리책 <이기적 식탁>의 이주희 작가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5년 전에 처음 봤다. 내가 아는 가장 근사한 주방을 가진 요리꾼답게 그녀는 영화를 보자마자 레몬머랭파이를 만들어봤단다. “요즘 세상에 파이를 집에서 만드는 사람이 어딨겠나. 한 조각에 5천원이면 사먹을 수 있잖아. (웃음) 하지만 5년 전 만들어본 레몬파이는 지금껏 영화를 보고 만든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그 기억을 살려서 다시 한번 만들어볼까 싶었다.”

맞다. 홈메이드 레몬파이를 만들어 먹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의외로 레몬머랭파이는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밀가루, 레몬, 계란과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 파이 반죽 만들기는 난이도가 꽤 높지 않냐고? 이주희 작가는 “만들어진 파이셸(타르트셸)을 구입하면 훨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여름 오후에 차가운 티랑 먹으면 정말 끝내주는 파이다.”

완성된 파이를 한입 베물었더니 말랑말랑한 머랭과 레몬커드가 혀와 함께 녹는다. 만약 프랭키가 레몬파이를 먹고 눈물을 흘렸다면 그건 비애 속에서도 새콤한 레몬커드로부터 끈질긴 삶의 희망을 발견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레몬머랭파이 만드는 법(6인분)

[ 재료 ] 파이크러스트용(밀가루 220g, 소금,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차가운 버터 100g, 설탕 2티스푼, 방사유정란 노른자 1개, 차가운 물), 레몬커드용(슈거파우더 150g, 옥수수 전분가루 7티스푼, 레몬 2개, 방사유정란 노른자 6개, 녹인 버터 100g, 물 50ml), 머랭용(방사유정란 흰자 6개, 슈거파우더 200g)

1. 파이크러스트 만들기_
밀가루, 소금, 버터, 노른자, 설탕을 약간의 찬물과 함께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어느 정도 뭉칠 때까지 돌려준다. 반죽을 공 모양으로 만든 뒤 비닐로 싸서 냉장고에 넣고 30분간 휴지시킨다. 반죽을 꺼낸 뒤 밀대로 밀어 넓적하게 만든 다음 파이 틀 위에 깐다. 파이 틀에 깔린 반죽 위에 종이호일을 깔고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는다(이때 종이호일 위에 마른 콩이나 쌀을 올려 반죽이 부풀어오르는 걸 방지한다). 15분 뒤 호일과 콩을 빼고 140도로 온도를 낮춰서 다시 5~10분 정도 굽는다.

2. 레몬커드 만들기_
슈거파우더와 옥수수 전분을 섞고 물을 첨가해 죽처럼 만들어놓는다. 물 50ml에 레몬주스와 레몬제스트를 넣고 끓이며 만들어둔 슈거파우더와 옥수수 전분 죽을 조금씩 넣어 저어준다.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이고 힘차게 저으면서 노른자와 녹인 버터 혼합물을 조금씩 넣어준다. 적당한 점도가 될 때까지 익힌 뒤 불에서 내리고 식힌다.

3. 머랭 만들기_
슈거파우더를 조금씩 넣으면서 흰자를 거품기로 젓는다. 뿔이 살짝 올라올 정도까지 계속 저으면 머랭이 완성된다.

4. 혼합_
1.에서 만든 파이크러스트 틀에 2에서 만든 레몬커드를 넣고, 그 위에 3에서 만든 머랭을 올린다. 머랭이 먹음직한 색깔이 될 때까지 170도 오븐에 30분 정도 구워준다. 꺼내서 충분히 식힌 뒤 냉장고에 잠깐 넣어 살짝 차가울 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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