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영화주간지 기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난 김미영 셰프는 영화가 아닌 요리를 택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도 했지만 ‘매체’가 영화에서 요리로 달라질 뿐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요리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만들어본 음식 중 하나가 ‘라타투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도 나오는 이 프랑스식 야채스튜는 한국 요리로 치면 김치찌개랑 비슷하다.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고 찌개 맛이 다르잖아요. 라타투이도 100명이 만들면 100가지 맛이 날 수 있는 요리예요. 엄마가 해주던 라타투이의 맛, 이라는 게 있는 거죠.” 말하자면 라타투이는 지극히 단순한 요리지만 그 안에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는 음식이다. “<라따뚜이>에서도 입맛이 아주 고급인 음식평론가 이고가 레미가 만든 라타투이를 먹고 환상 속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잖아요. 그 맛의 본질을 정확하게 딱 건드려주는 장면이었어요.”
오늘 그녀가 라타투이를 응용해 만들 파스타도 ‘고향의 맛’에 충실한 메뉴다. 경주에 사시는 부모님이 키워서 보내주신 제철 야채의 향과 색을 살리는 것은 물론 거기에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의 맛”을 더했다. 부추 즙으로 물들인 파스타 위에 형형색색으로 익은 야채가 아담하게 얹혔다. 그렇게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이 나올 수 없는 ‘라타투이 파스타’가 만들어졌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영화 속 최고의 요리사 구스토는 이렇게 말한다. 그 말에 걸맞은 평등한 요리의 특별한 맛이 곧 라타투이의 맛인 것 같다.
라타투이 파스타 만드는 법(6인분)
[ 재료 ] 파스타, 가지, 토마토, 애호박, 양파, 피망, 올리브유, 다진 마늘, 소금, 후추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잘게 썬 신김치를 먼저 볶은 뒤 깍둑썰기해둔 야채를 양파, 피망, 가지, 토마토 순대로 넣고 볶는다. 사이사이에 소금, 후추, 다진 마늘로 간을 한다.
2. 파스타를 삶는다.
3. 파스타가 익으면 야채를 볶던 팬에 넣고 함께 볶는다.
4. 마지막으로 통후추를 갈아서 살짝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