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구정아 PD의 <아이 엠 러브> 우하수프 만들기
2012-07-03
글 : 김도훈
사진 : 최성열
내 안의 나를 깨우는 주문

<아이 엠 러브>의 한 장면에서 포복절도했다. 여주인공 엠마가 호감을 갖고 있는 젊은 요리사의 식당에서 새우요리를 입에 넣는 순간, 그녀의 주위에만 연극처럼 조명이 탁 켜진다. 혹시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은 <미스터 초밥왕> 같은 일본 요리만화의 팬인 걸까. 초밥을 우물우물 씹으며 “풍요로운 바다의 감칠맛이 혼을 쓸어내린다”고 외치는 과장법과 <아이 엠 러브>의 과장법에는 어쩐지 닮은 데가 있지 않은가.

여하튼 <아이 엠 러브>는 21세기의 가장 맛있는 미식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인데, 특히 중요한 요리는 러시아식 생선수프인 ‘우하’(уха)다. 우하는 이탈리아 상류 가문에 시집 온 엠마가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러시아의 기억이자, 결국 파국을 불러오는 사랑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거 답답하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라면 대충 맛이라도 짐작해보련만 러시아 요리라니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 탓이다. 효자동에서 시끌벅적한 펍 ‘퍼블릭’을 경영하고 있는 영화 프로듀서 구정아(<티끌모아 로맨스>) 역시 “답답한 마음에 야메로라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한다. 레시피(와 야채육수와 수프용 접시)는 퍼블릭과 이웃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두오모’의 사장에게서 얻어냈다. 다시 말하자면 이건 효자동 버전의 우하다.

완성된 우하는 심심하고 조금 무료한 맛인데 자꾸 손이 간다. 파슬리 대신 청양고추를 넣으면 속풀이용으로도 좋을 맛이다. 구정아 PD는 이 심심한 맛이야말로 <아이 엠 러브>에서 우하가 맡은 진정한 역할일지도 모르겠단다. “막상 만들어보니 이렇게 심심한 맛으로 화려한 이탈리아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까 싶다. 바람난 요리사의 요리를 먹고 그토록 황홀해하는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우하가 퍼블릭의 새로운 메뉴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효자동을 지나치는 객이라면 퍼블릭 앞에서 대구 끓이는 냄새가 나는지 코를 기울여보시길.

우하수프 만드는 법(2인분)

[ 재료 ] 대구살 120g, 감자 2개, 당근 1개, 양파 1개, 다진 파슬리, 레몬주스(혹은 레몬 한개 짠 것), 소금과 후추, 물 혹은 야채육수 4컵

1. 대구살과 당근은 깍둑썰기한다. 감자는 럭비공 모양으로 준비한다. 양파는 곱게 다져놓는다.

2. 냄비에 물 4컵을 붓고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감자와 양파, 파슬리를 넣고 10~15분 정도 더 끓인다. 물 대신 야채육수, 혹은 대구뼈 삶은 육수를 써도 좋다.

3. 감자가 절반 정도 익었을 때 대구살을 넣고 10분간 더 끓인다.

4. 수프를 접시에 담은 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금과 후추, 짜놓은 레몬즙이나 레몬주스로 살짝 간을 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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