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 구조다. 한·중 연합 도둑들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300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동안, 10명의 배우들은 관객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수치로 볼 때 n분의 1이니 배우당 책임의 분량이 적어질 거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건 명백한 오해임을 알려둔다. 극적 클라이맥스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각 신을 완벽히 장악해야 한다. 쿨하고 멋있는 <오션스 일레븐>의 도둑들 대신, 홍콩 누아르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연과 정서까지 모두 통틀어 표현해야 한다. 도드라지지 않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절체절명의 미션. 캐릭터의 경합이 아니라, 이건 분명 겁이 날 정도의 연기 각축전이다.
‘최동훈 사단’이라 불리는 김윤석, 김혜수와 새로 영입된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다섯 배우를 <도둑들>의 이름으로 소환했다. 공덕동 스튜디오가 원래 작긴 하지만, 이번엔 다섯 배우의 에너지를 담기에 좀 심각할 정도로 협소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