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김수현] 영화를 품은 별
2012-07-25
글 : 장영엽 (편집장)
김수현

김수현은 <도둑들> 중 캐스팅이 가장 까다로운 배우였다. 최동훈 감독에게 김수현은 ‘기준미달’이었다. 막내도둑 잠파노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도 극의 균형에서는 한치 빠져서도 안되는,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의 에너지를 다분히 나눠가질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이미 김수현은 <드림하이>로 가능성이 입증된 때였고, 주변에서도 가장 추천을 많이 한 배우였다.” 최동훈 감독의 딴죽은 그래서 ‘잠파노 역을 하기에 이미 너무 유명했다’는 정도였다. “감독님이 역할이 크지 않으니 미안해서라도 너를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다고. 근데 난 드라마 몇편 한 거지 영화는 처음이다. 오히려 좋더라. 그러니 부담이 덜해지고, 부담이 줄어드니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니 배울 기회도 더 많아지더라. 내겐 최고의 캐릭터였다.”

42.4%라는 기록적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모두가 ‘훤앓이’를 하는 와중에, 김수현은 이미 도둑팀의 임무를 완수했다. 잠파노는 줄타기 명수인 예니콜(전지현)의 와이어를 조정하는 임무로 어린 나이지만 당돌하고 저돌적인 도둑이다. 이 영화에 존재하는 다수의 순정 라인(임달화-김해숙, 김윤석-김혜수) 중 잠파노가 저 혼자 예니콜을 향해 바치는 순정의 유형은 풋풋하고도 맑다. 도둑의 기능보단 어느 모로 보나 그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폼도 잡아보고 싶고, 그녀가 위험에 처했을 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자’라는 점이다.

열명의 배우를 제치고 김수현이 영향력을 독식하는 이변을 <도둑들>은 허용하지 않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감독의 초반 염려가 무엇인지 알려줄 딱 그만큼의 역할이 잠파노에게 주어진 전부였다. 어쩌면 김수현이란 배우에게 이번 미션은 김수현을 향한 팬들의 무조건적인 해바라기와 이미 형성된 존재감을 덜어내는 과정이지 싶다. 사뭇 비대해진 열기를 거두어들이는 대신 그는 그걸 뿌리치고 놓아버릴 줄 알며, 급기야 관객의 허를 찌를 수를 둔다. “잠파노가 다른 캐릭터들을 받쳐준다고 했나? 그거다. 그게 매력이었다. 도둑들도 그렇지만, 어느 한 무리의 대장이 되려면 가장 말단부터 해서 올라가야 하고 그래야 나중에 대장이 되어서도 모르는 게 없다. 그래서 잠파노에 그렇게 달려들었지 싶다. 잠파노의 장기도 줄을 잡아 뒤에서 받쳐주는 거였고. (웃음)” 모두가 김수현의 타고난 집중력과 에너지를 칭송할 때도 그래서 그는 철저히 신참내기임을 즐긴다. “여기서 난 미경험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다. 연기로나 인생으로 따지나 모든 면에서 그렇다. 100% 선배들에게 빠져 있었다. 선배들에게 모든 걸 흡수하는 스펀지가 되고 싶었다.” 1년 전 <도둑들> 촬영에 앞서 가진 인터뷰 때와 똑같은 멘트다. “맞다. 그런 결심을 스스로 잊지 않아서 다행이다. (웃음)”

<도둑들>의 막내지만 김수현의 ‘현실’은 여전히 최고치다. 스타 지수의 바로미터인 광고시장의 블루칩이자 최근엔 <해를 품은 달> 일본 <KNTV> 방송을 앞두고 가진 현지 프로모션 행사에서 새삼 그 인기를 확인 중이다. 그의 소속사가 한류의 원조, 배용준을 배출한 ‘키이스트’라는 점이 그 파이가 얼마나 커질지를 미리 짐작게 한다. 얼마 전 Mnet이 선정한 20’s Choice의 2관왕 수상은 연말 시상식을 장악할 전초전이란 예상도 가능케 한다. 이훤을 ‘졸업’한 이후 김수현의 2012년은 이렇게 꽉 차 있다. “이전까진 작품 끝나면 어느 정도 혼자만의 시간이 있었다. 내가 한 연기를 다시 보고, 문제점도 알아내는 시간이었다. <해를 품은 달>이 끝나곤 해외 촬영이나 광고로 바쁘게 보내다보니 자연스럽게 ‘훤’이 지워지더라. 아쉽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래서 좋았다.”

반추를 하기엔 사실 그의 올해는 너무 바쁘다. 밀려드는 러브콜을 모두 뿌리치고 그는 차기작으로 장철수 감독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했다. 난파간첩 역할의 그는 코믹과 드라마, 액션 모두를 소화해야 한다. 모두가 <도둑들>을 말할 때 정작 그는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의 지도 아래 액션 연습에 한창이다. “이렇게 많이 하다가 소진되는 거 아니냐고? 소진되는 건 괜찮다. 그걸 소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소비해야 한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그래서 굉장히 행복하다.”

스타일리스트 강윤주·헤어&메이크업 공탄(에스휴), 윤영(에스휴)·의상협찬 SIMON SPURR by 주느세라, Junn.J, MAURO GRIFONI by 꼬르소꼬모, 앤드윌미스터 by 무이, 체사레 파치오티, 크로켓앤존스, 예거 르쿨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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