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talk]
[김일권] 인디스페이스는 입소문의 진원지가 됐고 그렇게 연이어 매진이 되더라
2012-08-03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두 개의 문>을 배급, 5만 관객 돌파한 시네마 달 김일권 대표

“차라리 제작을 한 연분홍치마를 만나보는 건 어떤가?” 인터뷰 요청을 하자 <두 개의 문>을 배급한 시네마 달 김일권 대표는 인터뷰를 사양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작품에 용산 철거민들의 반응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비판이 있는데, 연분홍치마는 참사 이후 아주 오랫동안 현장에서 영상활동가로서 기록을 했다. 누구보다도 용산 철거민 가족과 친밀한 연대감이 형성되었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이 다큐멘터리를 철거민 가족이 상영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거다. 그 점에서 연분홍치마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취하는 태도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궁금했다. 개봉 첫주 16개관의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개봉 일주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뒤 한달 만에 5만 관객을 동원해 <워낭소리> 다음으로 독립영화 흥행을 기록한 독립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 달의 배급과 마케팅 이야기가. <두 개의 문> 5만 관객 돌파 기념 파티의 여흥이 채 가시지 않은 7월23일 오후, 대학로에서 그를 만났다.

-어제(7월22일) 5만 관객 돌파 기념 파티를 했다고.
=물론 축하의 의미가 있지만 좀더 많은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분위기라 파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매일 숙제를 안는 느낌이다.

-이 정도로 흥행할 줄 알았나.
=예상은 못했고, 바람은 있었다. 영화가 가진 힘 때문에 1만명을 넘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정치, 사회와 관련한 소재를 다룬 <경계도시2>가 1만명을 동원한 적 있으니까. 영화가 무겁고, 보고 나면 힘들긴 하지만 재미는 충분히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개봉 하루 전날, 김일란, 홍지유 두 감독과 스코어를 예상했다고.
=CGV대학로 무비꼴라쥬 시네마톡 행사가 끝난 뒤 뒤풀이를 했다.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스코어 맞히기를 했다. 행사를 진행한 김영진 평론가는 1만4천명을, 다른 사람들은 2만~3만명을 예상하고. 누군가는 10만명을 얘기했다. 내가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한잔에 1천명으로 치고 소주잔을 돌려 10만명까지 다 마시면 정말 10만명 가는 거다 하고 마셨다. 5만 정도에서 한번 쉬었고. 한잔에 1천명으로 하니 너무 힘들어 2천명으로 바꾼 뒤 다시 마셨다. 7만명 정도에서 또 한번 쉬고. 끝내 10만명까지 다 마셨다. (웃음)

-개봉 첫주 16개관에서 25회차를 상영하며 10개관 이상 매진을 기록했고, 동시에 오프닝 스코어 5천명을 넘겼다. 첫주의 높은 점유율 때문에 멀티플렉스에서 개봉 둘쨋주부터 독립영화 전용관이 아닌 일반 상영관을 내주겠다는 움직임은 없었나.
=없었다. <두 개의 문>이 개봉한 6월21일은 블록버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한 극장 성수기였기 때문이다. 개봉 둘쨋주부터 시네마 달 내부에서 그런 고민은 있었다. 상영관 수를 확 늘리는 게 맞는지, 아니면 조심스럽게 늘리는 게 맞는지. 애초의 배급 전략은 몇개 안되는 관을 처음부터 매진시키자, 관객이 넘쳐나는 것을 보여주자, 그렇게 화제를 일으키면서 상영관 수를 조금씩 넓히자 하는 것이었다.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면서 갈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면 멀티플렉스가 일반 상영관도 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잘 안됐다. 일반 멀티플렉스 중 초반부터 많이 열어준 건 메가박스다. CGV 무비꼴라쥬와 롯데시네마 몇개관도 많은 도움을 줬고. 창원, 광주 같은 지방 몇 군데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개봉을 해줬다. 해당 지역 관객이 극장에 계속 문의 전화를 한 거지.

-<두 개의 문>은 인디스페이스 재개관 이후 첫 상영작이다. 거점 상영관의 존재가 상영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5만 관객 중 약 7천명, 그러니까 <두 개의 문>을 본 관객 중 10%가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를 봤다. 트위터나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영화가 인디스페이스에서만 하는 건 줄 알고, 극장을 찾았다가 매진돼서 못 보고 돌아간 관객도 많다.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관객이 전부 앉아 있는, 이 집단적 경험이 주는 울림이 무척 컸던 것 같다. 그게 입소문의 원인이 됐고, 영화는 계속 매진됐다. 영화를 메인 시간대에 안정적으로 상영하는 인디스페이스는 입소문의 진원지가 됐고. 여러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음에도 <두 개의 문>을 보려면 인디스페이스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관객의 발걸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개봉하기 전부터 5만 관객을 돌파한 지금까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개의 문> 관람 후기를 트위터에 리트윗한다. 기억에 남는 관람 후기가 있었나.
=현직 전경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멘션이 있는데, 컴퓨터에만 저장해놓았다. 그분에게 피해가 갈까봐 차마 말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용산 철거민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떤 관객이 “영화를 보니 철거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겠다”라는 후기를 남겨주셨다. 그게 가슴에 와닿았다.

-시네마 달을 창립한 지 올해로 4년째다. 독립 다큐멘터리 배급과 마케팅 방법이 어느 정도 보일 것 같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두 개의 문>이 흥행하지 않았더라면 ‘이젠 좀 알 것 같다’고 대답했을 텐데. (웃음) 어제 파티를 하면서 누가 그랬다. “<두 개의 문>이 시네마 달을 도와주고 있다”고. 맞다. <두 개의 문>을 비롯해 <경계도시> 시리즈 등 그간 시네마 달이 배급한 모든 영화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네마 달은 그 영화들에 도움을 많이 주지 못했지만. 사실 4년 정도 하면 ‘이 영화는 이 정도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을 써서 이 정도 규모로 개봉하면 되겠다’ 하는 관성이 쌓인다. 그렇게 누적된 관성이 시네마 달에도 분명 있었는데, <두 개의 문>의 흥행 때문에 이 관성이 깨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간 배급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시네마 달 창립작이자 첫 개봉작인 박정숙 감독의 <동백아가씨>(2008). 아무래도 첫 경험이다 보니 이 작품에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시네마 달에 오기만 하면 자체 네트워크가 있으니까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데, 사실 지금까지의 시네마 달은 그 기대에 아직 못 미치는 편인 것 같다. 지금은 시네마 달만의 배급, 마케팅 관련 노하우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건 분명하다. 그점에서 그간 우리와 함께한 많은 감독이 우리를 인내하고, 참고, 봐줬다고 생각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감독들에게 분명히 얘기한다. “배급과 마케팅은 시네마 달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님들이 함께해줘야 가능하다”라고.

-극장 상영관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매 작품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배급과 마케팅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독립 다큐멘터리 시장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 가장 쉬운 건 배급과 마케팅이다. 그건 다른 제작 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에 보인다. 반면 제작, 상영을 비롯해 그 이후의 문제들은 안 보인다. 공동체 상영 역시 마찬가지고. 영화가 연일 신문 1면에 다뤄지고, 그나마 몇 안되는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모두 상영되고, 관객이 단체 관람을 하고, 트위터에서는 난리가 나도 5만 관객밖에 안 드는 게 현실이다. 과연 이게 대단한 건가? 스스로 물으면 자괴감밖에 안 든다. 극장 입장도 이해가 된다. 단체 관람을 해봐야 겨우 1~2회차 대관하면 끝이고, 포털 사이트나 각종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가 돼야 관객이 어떤 영화인지 미리 알고 움직일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상영관을 늘려봐야 점유율이 낮으니까 극장으로서는 당연히 상영관 늘리기를 주저하는 거고. <두 개의 문> 이후의 영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배급하고, 마케팅해야 하는데, 많이 들어봐야 5만명인 현재의 구조에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이번 흥행을 통해 이 시장을 되돌아봐야 한다.

-인디포럼 상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끊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영화제를 치렀다.
=처음부터 함께한 건 아니지만 정체성이 분명하고, 추구하는 방향도 의미가 있어서 내게 소중한 영화제다. 시네마 달 사무실을 나눠 쓰고 있고. 인디포럼 작가 중 <두 개의 문>이 잘되길 바라는 친구들이 많다. 영화가 잘돼야 시네마 달에서 안 쫓겨날 테니까. (웃음) 소송비 문제가 해결돼서 하루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인디포럼은 MB 정권의 영화진흥위원회와 벌인 두개의 소송에 패소해서 소송비 전액을 떠안게 됐다. CMS 후원 계좌: 국민은행 817201-04-042784 (사)인디포럼 작가회의-편집자). 그래도 지금 많은 분이 도와주고 있다. 신진 작가들도 많이 들어왔고.

-‘달 바’(Dal Bar)라는 바도 운영하고 있다. 술집이자 이송희일 감독이 만든 <백야>의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한 사무실로 쓰이는 등 독립영화의 전천후 기지인데.
=시네마 달 창립하기 전부터 운영했던 거다. 여유가 있거나 취미로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언젠가 바를 한번 운영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장사가 잘됐다. 그렇게 번 돈을 시네마 달이 가져가고 그랬다. (웃음) 지금은 회사일이 바빠서 잘 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없애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다.

-<두 개의 문>을 달 바에서 파는 맥주에 비유한다면.
=듀벨이라는 벨기에 맥주. 가게에서 가장 비싼 맥주이자 수익률이 가장 좋은 맥주니까. 가장 독하면서 뒷맛은 또 쓰고. 우울한 음악 틀어놓고 마시기가 좋다.

-김경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국의 바람과 불>이 7월26일 개봉했고, 이송희일 감독의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와 연작을 이루는 <남쪽으로 간다>의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바람과 불>은 <두 개의 문>과 또 다른 소재라 만나야 하는 관객이 또 다르다. 또 새로운 시도를 해야지. <남쪽으로 가다>는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와 함께 ‘퀴어 3부작’을 이루는 작품으로, 시네마 달이 처음으로 배급하는 극영화다. 10월이나 11월 개봉예정이다.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음, 진작 내 삶을 좀 책임졌어야 하는데.

-일을 관두고 싶을 때는 없나.
=뭘 한 게 있어야 관두지.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겠다.
=뭘 그런 걸 물어보나…. (연애는 안 하나?) 연애하고 있다. 그렇게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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