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쉽게 보기 힘든 삶과 죽음 <아기 거북 토토의 바다 대모험>
2012-10-17
글 : 윤혜지

미국 플로리다 해변가에서 태어났지만 아기 바다거북 토토가 살아가야 하는 곳은 바다다. 태어나자마자 꽃게와 갈매기를 상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는 토토. 무사히 바다로 입수한 토토는 멕시코 만류를 타고 여행하던 중 소용돌이에 휩쓸려 북쪽으로 떠내려간다. 장장 25년의 세월이 흐르고, 토토는 후손을 낳기 위해 고향인 플로리다의 해변가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닉 스트링거 감독은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의 생태를 담은 자연다큐멘터리를 거북의 일생에 관한 한편의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관객은 토토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25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토토의 시점으로 간접체험하게 된다. 그 체험을 돕는 것은 전적으로 촬영의 몫이다. 로리 맥기니스 촬영감독은 미니어처 카메라를 사용해 아기 거북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했고, 토토의 25년을 연속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장소를 돌며 다양한 연령대의 거북을 촬영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여기에 화려한 음향과 절묘한 편집을 더해 극영화보다도 긴장감이 넘치는 다큐멘터리를 성공적으로 완성해낸다.

화려한 연출을 모두 제쳐두더라도 <아기 거북 토토의 바다 대모험>은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자연은 이미 그 자체로 가장 극적인 드라마다. 쉽게 보기 힘든 해양 생물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는 동안은 경이로움을 넘어선 어떤 숭고함마저 느끼게 된다. 토토가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띠를 뒤집어쓰고 고통을 겪는 장면,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해파리의 개체 수가 폭증했음을 설명하는 장면 등은 인간이 초래한 환경 파괴를 은유하며 씁쓸한 고민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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