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초등학교 6학년 유타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어 시골을 찾아간다. 이미 댐이 건설되어 물에 잠겨버린 지 오래인 마을 근처에서 딱정벌레를 잡으려 산속을 헤매던 유타는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정신을 잃는다. 잠시 뒤 유타의 눈앞에 이미 물에 잠겨 없어졌을 터인 마을이 나타난다. 알 수 없는 힘으로 3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유타는 1970년의 시골마을에서 한달 동안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낸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을을 떠나는 순간 마법이 풀리면서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타는 갈등에 휩싸인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는 휴대폰 전파가 닿는 곳까지라고 말한 이가 있다. <반딧불 언덕에서>의 우다 고노스케 감독은 곤충 채집을 할 수 있는 곳부터가 시골이라 말하고 싶은가 보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던 시절을 추억하는 애니메이션 <반딧불 언덕에서>는 추억이란 이름의 마법을 통해 관객을 그때 그 시절의 여름방학으로 초대한다. 시간여행이란 환상적인 설정을 빌려왔지만 영화의 핵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스러움’의 재현에 있다. 산과 들을 쏘다니며 곤충 채집을 하고 야시장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던 그때 그 시절 시골에서 보낸 여름방학의 경험은 예스러운 것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위 ‘힐링’이 된다. 일본에서 40만부 이상 팔린 가와구치 마사유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일견 추억을 되새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쪽에 가깝다. 수묵화풍의 그림체부터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직한 이야기까지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뭉근한 촌스러움이 묻어난다. 진한 여름밤 내음이 흐뭇한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