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순수한 사람들의 착한 코미디 <웰컴 투 사우스>
2012-12-12
글 : 김효선 (영화평론가)

평범한 중년 가장 알베르트 콜롬보(클라우디오 비시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15년 동안 일했던 소도시 우체국에서 벗어나 밀라노로 전근을 가는 것이다. 아내(안젤라 피노치아로)는 늦둥이 아들을 대도시에서 키우겠다며 매일같이 남편을 닦달하고, 급기야 알베르트는 회사의 장애인 우대 방침을 이용하고자 서류 조작을 시도한다. 하지만 알베르트의 꼼수는 곧 들통나고, 결국 그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의 시골 우체국으로 좌천되고 만다. 알베르트를 비롯한 이탈리아 북부지역 사람들은 남부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남부는 사방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전염병의 온상지이자 게으르고 음흉한 사람들과 마피아들이 살고 있는 위험한 동네라는 것이다. 걱정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알베르트는 침울한 여정에 나선다.

막연한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되기에, 두려움의 실상을 직접 마주한 뒤에는 다소 멋쩍은 각성이 찾아올 때가 많다. 알베르트 역시 그렇다. 그는 이웃과 동료 직원들을 경계하며 외로운 타향살이를 시작하지만, 이내 사람들의 진심을 깨닫고는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웰컴 투 사우스>의 전반부는 이같은 각성 과정을 사투리와 현지 음식, 낯선 생활 습관을 둘러싼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을 통해 스케치한다. 알베르트는 직장 동료가 보관하고 있는 물건을 무기나 마약으로 오인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강권하는 커피와 주스를 거절하지 못해 음주사고를 저지르기도 한다. 남부 사람들의 일상은 지중해 훈풍과도 같은 따뜻한 활기로 가득 차 있다. 알베르트가 그 기운에 동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영화가 주는 큰 즐거움이다.

<웰컴 투 사우스>에 등장하는 일련의 소동들은 전복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특히 알베르트의 아내가 근무지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후반부의 해프닝은 마지막 마을축제 장면보다 한결 유쾌한 난장으로 구현된다. 이 대목에서 캐릭터들은 그들에게 부과된 스테레오 타입을 극단적으로 과장하는 식의 유희를 보여주는데, 이 적극적인 유희가 지역에 대한 편견과 갈등을 도리어 유쾌하게 해체한다. 이처럼 영화는 남부 주민들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해내지만, 결국 시골 사람들의 온정과 순박함이라는 또 다른 층위의 편견은 그대로 수용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웰컴 투 사우스>는 소심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착한 코미디영화다. 이야기를 떠받치는 주요 갈등에 대한 순진한 접근도, 중간중간 느슨해지는 영화 호흡도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 담긴 온기와 소소한 재미는 그 단점들을 어느 순간 관대히 넘겨버리도록 만든다. 이탈리아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실제 나폴리 출신의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남부 사투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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