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사회적인 SF영화의 유희정신
2013-01-22
글 : 장영엽 (편집장)
<엘리시움> Elysium

감독 닐 블롬캠프 / 출연 맷 데이먼, 샬토 코플리, 조디 포스터 / 개봉예정 8월15일

닐 블롬캠프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디스트릭트9>을 떠올려볼 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이 낯선 신인감독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을 핍박받는 이방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디스트릭트9>으로 단숨에 ‘SF의 미래를 책임질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엘리시움>은 닐 블롬캠프의 두 번째 장편SF다. 아직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는 프로젝트이지만, 블롬캠프가 창조해낼 또 다른 오리지널 SF물의 면모는 전세계 평단의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2159년, 인류는 두 계급으로 나뉜다. 부유한 지구인들은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에 정착한다. 반면 돈 없는 자들은 자원의 고갈로 황폐화된 지구에 머무른다. 더 좋은 터전에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지구에 머무르던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엘리시움으로 떠나길 원하고, 엘리시움의 악랄한 공무원 로데스(조디 포스터)는 ‘반이민자법’을 만들어 지구인들의 이주를 막으려 한다. 이때, 우연히 엘리시움과 지구인들의 싸움에 엉뚱한 인물이 끼어든다. 전과자 맥스(맷 데이먼)는 어떤 계기로 인해 엘리시움에 반기를 들고 지구에 남아 있는 인류를 대변하게 된다. 한편 지구에 잠복 중인 엘리시움 요원 크루거(샬토 코플리)는 맥스를 위험분자로 인식하고 그의 뒤를 쫓는다.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의 트라우마가 깊게 남아 있는 곳을 자신의 뿌리로 뒀기 때문인지, 닐 블롬캠프는 유독 지구상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차별과 편견의 유형을 예리한 시선으로 응시해왔다. <엘리시움>의 짧은 줄거리만 보더라도 블롬캠프의 두 번째 영화가 지극히 사회적인 SF물이 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디스트릭트9>과 반대로 이번 영화에서 악역을 맡게 된 샬토 코플리의 말이 이 영화에 대한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크루거를 연기하며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건 남아공의 32대대(이들은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이 극심할 무렵엔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았다고 한다.-편집자)였다.” 코플리의 크루거가 32대대를 형상화했다면, 지상에서 그의 핍박을 받으며 고군분투할 맥스야말로 이 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본’ 시리즈의 유산을 제레미 레너에게 물려준 맷 데이먼의 활약은 <엘리시움>을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민머리로 등장한 스틸컷을 통해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그의 변신은 <디스트릭트9>의 나약한 주인공 비커스의 모습과는 또 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엘리시움>의 크레딧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반가운 이름은 시드 미드다. <에이리언>과 <트론> <블레이드 러너>의 전설적인 컨셉디자이너인 그는 <디스트릭트9>을 보고 닐 블롬캠프의 작업에 합류했다고 한다. 최근의 영화들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던 할리우드 영화장인의 합류는 이 영화에 큰 힘을 실어준다. 재기 넘치는 감독과 경험 많은 배우들, 전설의 영화장인이 합류한 <엘리시움>은 <디스트릭트9>과 더불어 21세기의 또 다른 웰메이드 오리지널 SF가 될 것인가. 적어도 기대를 걸어보기에 아쉽지 않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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