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지구가 멸망하면 안됐을 이유에 2013년 스타 감독들의 신작 라인업도 슬쩍 추가해야겠다. 마치 올해가 새로운 시작이기라도 한 것처럼 대량으로 쏟아지는 할리우드 스타 감독들의 신작에 마음껏 흥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기쁘지 아니한가.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감독 캐스린 비글로 / 출연 제시카 채스테인, 크리스 프랫, 조엘 에저틴, 에드가 라미레즈 / 개봉예정 2월
2011년 가장 충격적인 뉴스 중 하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었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영화 <제로 다크 서티>는 9.11 테러 이후 오사미 빈 라덴을 향한 끈질긴 추격부터 사살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쫓는 작전이었던 만큼 의혹이 많았던 이 사건을 영화화하기 위해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택한 방식은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 <허트 로커>를 떠올려보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왔던 추격전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낼 감독 역시 캐스린 비글로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프터 어스> After Earth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조 크라비츠, 소피 오코네도 / 개봉 6월6일
사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행보가 갈수록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전작 <라스트 에어벤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커다란 오점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이미 전성기가 지나가버렸다고 평가하기엔 아쉬운 감독 역시 M. 나이트 샤말란이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그의 신작은 황폐화되어 인류가 모두 떠나버린 지구를 그린 <애프터 어스>다. 밀림처럼 변한 지구에 한 부자가 탄 비행기가 불시착하면서 겪게 되는 모험을 선보일 이 영화는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를 캐스팅해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감독 바즈 루어만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던, 토비 맥과이어 / 개봉예정 5월16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3D영화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를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이 <위대한 개츠비>를 만든다면 3D는 최적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가 3D로 구현해낼 1920년대 미국 상류층의 화려한 파티 장면을 생각해보자. <물랑루즈> 그 이상의 아찔함이 살며시 기대된다. 더불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바즈 루어만과 호흡을 맞춰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개츠비 역을 맡았다. 이쯤 되면 가장 화려한 고전의 부활이 분명하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White House Down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 출연 채닝 테이텀, 매기 질렌홀, 제이미 폭스, 제임스 우즈 / 개봉예정 6월27일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을 통해 재앙의 왕이자 파괴의 군주로 자리잡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가장 핫한 스타인 채닝 테이텀을 국가안전요원으로 앞세운 액션스릴러 <화이트 하우스 다운>을 선보일 예정이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채닝 테이텀에게 내린 임무는 백악관을 습격해 대통령을 인질로 삼은 준군사 조직으로부터 대통령을 구출하는 것이다.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처참하게 무너질 백악관이 연상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속도감있는 액션이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플라이트> Flight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덴젤 워싱턴, 돈 치들, 켈리 라일리, 존 굿맨 / 개봉예정 상반기
2013년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복귀다. 그간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등 애니메이션 연출에 집중했던 로버트 저메키스는 <플라이트>로 오랜만에 실사영화를 선보인다. 추락하는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켜 탑승객의 생명을 구해 영웅이 된 파일럿의 비밀과 그의 도덕적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파일럿 휘태커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의 열연이 돋보인다. 덴젤 워싱턴과 로버트 저메키스의 조합,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의 명성을 잇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충분해 보인다.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감독 폴 그린그래스 /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키너, 맥스 마티니 / 개봉예정 10월
2009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들을 모두 석방하는 대신 홀로 인질로 남았던 리처드 필립스 선장의 일화가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배우 톰 행크스를 만나 영화 <캡틴 필립스>로 재탄생한다. 폴 그린그래스의 전작 <그린존>이나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명맥을 잇는 ‘바다 위의 본 시리즈’를 예상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일러줄 것은 이 작품의 장르가 드라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골자는 해적과 한 남자의 위태로운 협상이다. 심장을 휘어잡을 긴박감이 극을 흔들어놓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