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좀비가 세상을 끝장내는 날
2013-01-22
글 : 김성훈
<월드워 Z> World War Z

감독 마크 포스터 / 출연 브래드 피트, 미레일 에노스, 매튜 폭스 / 개봉예정 6월20일

좀비가 나타나면 다음과 같이 대처하면 된다. 타이트한 옷을 입고 짧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해 좀비들이 잡을 수 없도록 할 것. 칼, 톱, 도끼 같은 날카로운 무기로 좀비 머리를 공격할 것. 차에서 나오거나 오토바이를 절대 타지 말 것 등. 소설 <세계대전 Z>를 쓴 맥스 브룩스 작가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비디오 영상의 지침이다. 숙지하라. 하지만 소설을 읽은 사람은 안다. 소설처럼 좀비가 몰려들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좌절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소설 <세계대전 Z>는 좀비와의 전쟁이 끝난 뒤 한 유엔 전문가가 작성한 전쟁보고서다. 미래의 어느 날, 중국 충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바이러스처럼 퍼져간 좀비들은 인류를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뜨린다. 인류는 각국 군대를 동원해 좀비에 맞서보지만 역부족이다. 장비, 미사일, 군대 모두 일류였지만 전쟁에서 꼭 필요한 ‘하나’가 인간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적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 생각해보라. 총이나 대포 따위를 무서워하는 좀비가 있던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좀비들의 공격에 인류는 환경오염, 질병, 영양실조 등으로 고통받게 된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좀비 소설이 나왔지만 스케일로만 따지자면 <세계대전 Z>만 한 작품이 없다. 재미있는 건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진지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보통 좀비 이야기와 달리 이 소설은 세계 여러 나라(심지어 한국도 나온다!)의 군사 전문가, 대통령, 일반 시민의 인터뷰와 뉴스를 통해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전개된다.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소설의 판권을 서로 가져가려고 했던 것도 르포르타주 형식에서 오는 특유의 생생함 때문이 아니었을까(결국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영화사 플랜B가 판권 경쟁에서 이겼다).

물론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현재 공개된 예고편만 보면 영화 <월드워 Z>는 좀비를 소재로 한 액션 블록버스터라 할 만하다. 제작자이자 영화의 주인공 유엔 전문가를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는 “딱 PG-13등급(12세 관람가)의 팝콘영화”라고 전했다. 그는 영화의 메가폰을 마크 포스터 감독에게 쥐어주었다. <몬스터볼> <네버랜드를 찾아서>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 그간 드라마, 로맨스, 스릴러, 액션,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그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좀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좀비들의 공격을 보는 내내 당신의 심장은 쫄깃쫄깃해질 것”이라는 게 감독의 경고다. 올여름(6월20일 개봉) 좀비 파도에 휩쓸려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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