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 출연 이드리스 엘바, 찰리 휴냄, 론 펄먼, 기쿠치 린코 / 개봉예정 7월11일
-괴수의 등장이 <고질라>를, 거대로봇이 <신세계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킨다. 일본 여배우 기쿠치 린코가 여조종사 역인 것도 그렇고.
=“이 영화를 만들면서 주지사항은 어떤 영화나 자료도 참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보증이다. 괴수영화에 현대적 기술을 첨가했다는 무수한 해석이 모두 틀렸다는 말이다. 일본 특수촬영물 괴수 장르와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이지만, 카피는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것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건 철저하게 배제한, 새로운 결과물이다.
-외계생명체의 설정이 흥미롭다. 거대괴수가 외계에서 왔는데, 그 출발이 해저다. 사실 <배틀쉽>의 당황스러운 결과만 봐도,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것도 말짱 도루묵이다.
=예고편의 육중한 내레이션이 말해준다. “우린 늘 외계생명체가 하늘에서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태평양 아래 심해에서 왔다.” <퍼시픽 림>은 서기 2025년이 배경이다. 태평양에서 나타난 거대괴물 ‘카이주’가 일본 오사카를 공격한다. 지구연합군은 이들과 맞설 대형로봇 ‘제이거’를 개발하고, 곧 카이주 대 제이거의 전쟁이 시작된다.
-괴수건 로봇이건 예고편에서 아낌없이 보여주다니 역시 기예르모 델 토로다운 배포다. 로봇의 메카 디자인을 보면 아무래도 <트랜스포머>가 떠오르는데.
=<트랜스포머>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에반게리온이나 마징가처럼 인간이 조종하는 방식도 아니다. 델 토로의 개념에 따르면 ‘맨 인 슈트’ 즉, 슈트를 입은 인간처럼 인간의 동작이 로봇에 전달되는 신개념 방식이다. 제이거의 작동 원리는 영화적 상상이나 창조가 아닌 현존하는 기술이다. 델 토로의 설명에 따르면 제이거의 수족을 움직이는 인공 근육 연결선은 허스크바나 엔진이다.
-델 토로가 3D 변환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해 워너쪽과 마찰이 있었다는데.
=<퍼시픽 림>은 <호빗> 3부작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RED EPIC 장비를 사용해 촬영했다. 3D 변환이 괴수의 메카와 영화의 스케일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이 델 토로의 입장이고 중국시장 입성을 위해 3D는 불가피하다는 게 워너쪽의 입장이었다. 팽팽하게 대치했으나 결과는 워너의 승리다. 물론 워너가 델 토로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일단 과도한 3D의 사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델 토로가 괴수나 로봇의 움직임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건물이나 공간이 작게 보이게 된다는 부작용을 조목조목 설명했기 때문이다. 또 완벽주의인 델 토로가 변환이 아니라 마치 3D로 촬영한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40주의 시간을 보장해주었다(<타이타닉 3D>의 경우 변환 작업에 50주가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