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천국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2013-05-14
글 : 장영엽 (편집장)

<엘리시움> Elysium
감독, 각본 닐 블롬캠프 / 출연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샬토 코플리 / 수입, 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코리아(주) / 개봉예정 8월15일

가난, 없음. 전쟁, 없음. 질병? 없음.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다. 하지만 영화 <엘리시움>은 여기에 한 가지 입주 조건을 내건다. 당신이 바로 ‘가진 자’일 것. 가난과 차별의 테마를 다룬 강렬한 SF영화 <디스트릭트9>을 선보였던 닐 블롬캠프는 차기작 <엘리시움>을 통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삶이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미리 경고의 메시지라도 보내려는 듯하다. 2154년, 인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1%의 부유한 이들은 인간이 새롭게 건설한 우주 도시 엘리시움에서 풍요로운 삶을 시작한다. 반면 황폐화된 지구에 남은 99%의 인류는 온갖 종류의 질병과 위험에 노출된 상황. 지구의 블루칼라 노동자 맥스(맷 데이먼)는 우연히 일터에서 방사능에 감염된 뒤, 치료를 받기 위해 엘리시움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엘리시움을 ‘청정구역’으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정부 관료 델라코트(조디 포스터)와 그의 부하 크루거(샬토 코플리)의 반격을 이겨내야 한다.

시나리오 독창성 지수 – 맑음

요즘의 할리우드에서 ‘오리지널’ 마크를 단 시나리오는 금싸라기 같은 존재다. 많은 제작사와 프로듀서들이 인기 코믹스와 소설을 발굴하고, 역사 속 인물을 부활시키며, 잠자고 있던 시리즈에 재시동을 거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매력적인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부족하다는 방증은 아닐까. <디스트릭트9>이라는 재기 넘치는 원석을 만들어낸 바 있는 닐 블롬캠프이기에, 역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고수하는 <엘리시움>의 서사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게다가 블롬캠프는 이 땅에 발을 단단히 고정시킨, 현실적인 SF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엘리시움>의 프로듀서 사이먼 킨버그는 이 영화가 “이주, 의료 서비스, 계층”의 문제를 조명하는 작품이 될 거라고 밝혔다.

파워 슈트의 화력 지수 – 비

몸 이곳저곳에 기계를 부착한 <엘리시움> 포스터의 맥스를 보며, 얼마 전 극장에서 봤던 그 남자가 오버랩됐다.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 하지만 스타크 회장님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파워 슈트를 입는 반면 맥스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며 기계를 몸에 부착한다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블롬캠프는 기계를 장착한 맥스의 힘이 아이언맨에 비하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정도일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엘리시움 로케이션 지수 – 맑음

<엘리시움>의 촬영을 준비하던 닐 블롬캠프의 가장 큰 고민은 로케이션이었다. 이건 그야말로 인간이 몸담고 살아가는 환경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SF영화다. 제작진에겐 지구와 엘리시움의 풍경만으로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개성을 가진 로케이션이 절실했을 거다. 결과적으로 어떤 장소가 낙점되었냐고? 흙먼지 자욱한 2154년의 지구로는 멕시코시티가, 인류의 무릉도원 엘리시움의 배경으로는 캐나다의 밴쿠버가 선택받았다. 더불어 엘리시움의 건물들은 할리우드와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상류층의 주거 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고. 다시 말하지만… ‘차이’는 이미 현실에도 존재한다.

수작업 SF 완성도 지수 – 맑음

이미 줄거리만 들어도 리얼리티 충만한 <엘리시움>을 SF영화로 각인시키는 데에는 프로덕션 디자인의 공이 클 거다. <반지의 제왕> 3부작과 블롬캠프의 전작 <디스트릭트9>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았던 뉴질랜드 출신의 필립 이비는 시드 미드가 구축한 <블레이드 러너>의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영화엔 스탠릭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바치는 오마주 같은 장면도 등장할 거라고. 닐 블롬캠프의 설명은 한층 구체적이다. “이 영화는 하드웨어의 진수를 보여줄 거다. 우리는 3700개의 아이템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인데, 하늘을 나는 엘리시움의 자동차와 인간을 통제하는 각종 로봇들, 그리고 주인공 맥스의 투박한 머신건을 예고편에서 짧게나마 엿볼 수 있다.

33초 깜짝쇼 성공 지수 - 흐림

“단 33초 만에 당신은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엘리시움>에서 샬토 코플리가 맡은 크루거라는 인물에 대해 블롬캠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33초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나열해보면 크루거는 조디 포스터가 연기하는 엘리시움의 관료 델라코트의 충실한 부하다. 그녀가 명령을 내리면 음지에서 뒤처리를 하는 행동대원이라고 할까. 크루거 역을 준비하며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던 샬토 코플리는 그 말을 곧 철회하고, 남아프리카의 악명 높은 부대인 ‘남아프리카 방위군 32대대’로부터 캐릭터의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아직은 크루거의 다크한 모습보다 이곳저곳에서 당하는 <디스트릭트9>의 어설픈 공무원 이미지가 더 깊이 남아 있는 샬토 코플리이기에 <엘리시움>을 보기 전까진 그 어떤 짐작도 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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