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슈퍼맨 앞에 무릎 꿇으라
2013-05-14
글 : 장영엽 (편집장)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감독 잭 스나이더 /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애덤스, 러셀 크로, 케빈 코스트너 / 수입,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개봉 6월13일

“이것은 우리의 명확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맨 오브 스틸>의 출격을 앞두고 워너브러더스픽처스의 회장 제프 로비노프는 이렇게 선언했다. 마블이 <어벤져스>로 세계관을 확립하고 <아이언맨3>로 마블 리그 2기의 서막을 알릴 때, 그들의 영원한 라이벌인 DC가 그냥 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3부작 <배트맨> 시리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DC와 워너는 배트맨과 더불어 DC 최고의 영웅으로 손꼽히는 슈퍼맨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 한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DC 히어로들이 집결할 <저스티스 리그>(2015년 개봉예정) 또한 한층 탄력을 받지 않을까. <맨 오브 스틸>은 크립톤 행성의 거대한 전투로부터 시작한다. 행성 최고의 과학자 조엘(러셀 크로)은 아들 칼엘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로 탈출시킨다. 어린 칼엘을 발견하는 건 미국의 작은 마을 스몰빌에 살고 있는 농부 조너선 켄트(케빈 코스트너) 부부. 그들의 아들로 살아가게 된 칼엘(지구에서의 이름은 클라크 켄트)은 성장하며 자신이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편 크립톤 행성 출신의 악당 조드 사령관은 칼엘이 지구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뒤를 쫓는다.

예고편 속 슈퍼맨 부활 지수 – 맑음

솔직히 말해보자. <맨 오브 스틸>을 기다리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앞서 공개된 몇편의 트레일러 덕분이다. 낳아준 아버지와 길러준 아버지, 크립토니안으로서의 선천적인 능력과 지구인 부모에게 물려받은 인격, 수호자와 외톨이…. 3분의 미리 보기 영상만으로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고민의 깊이를 가늠하기엔 충분한 것 같다. 그뿐인가.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을 잠시 멈춘 채,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슈퍼맨의 모습에 오롯이 집중하는 하나의 시퀀스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맑음, 맑음, 맑음, 맑음이다.

쫄쫄이 옷은 잊어라 지수 – 맑음

신적인 존재에 가까운 슈퍼히어로임에도, 슈퍼맨이 늘 희화화되는 이유? 그건 비단 그가 걸친 쫄쫄이 스판덱스 의상 때문만은 아닐 거다. 인간세계에서 편집장에게 쩔쩔매는 신문 기자로 활동하다가 위기의 순간 공중전화 부스에서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는 우스꽝스러운 변신 과정, 연인 루이스 레인이 다른 남자와 약혼하자 마음 아파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 슈퍼맨의 슈퍼 파워를 흩뜨리는, 수많은 코믹스 원작의 TV시리즈와 영화가 범해왔던 곁가지 이야기들의 오류를 <맨 오브 스틸>은 되풀이하지 않을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의 각본가이자 <맨 오브 스틸>의 각본을 집필한 데이비드 S. 고이어는 이 영화의 정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로 테렌스 맬릭을 언급한다. 맬릭이라고? <트리 오브 라이프>를 연출한 그 감독, 맞다. 영적이고 성스러운 기운까지 감도는 이 작가주의 감독의 이름을 빌려, 고이어는 <맨 오브 스틸>이 초월적인 힘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다루는 진지한 슈퍼히어로물이라는 점을 넌지시 내비친다.

깜짝 캐스팅 성공 지수 – 흐림

헨리 카빌, 이 낯선 이름의 영국 배우가 S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어색하다. 그의 억센 턱과 곱슬머리는 30여년 전 <슈퍼맨>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리브가 완성했으며 2006년 <수퍼맨 리턴즈>의 브랜든 라우스가 이어받은 슈퍼맨의 이상적인 외모와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카빌의 전작이 드라마 <튜더스>와 영화 <신들의 전쟁> 정도라는 것, 그가 주연배우 후보에서 낙마했던 수많은 히트작들- <배트맨 비긴즈> <해리 포터와 불의 잔> <007 카지노 로얄> <수퍼맨 리턴즈>- 이 존재한다는 전사(前史)가 헨리 카빌에 대한 확신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의 감독 잭 스나이더는 “(헨리 카빌은) 슈퍼맨의 붉은 망토와 S마크가 새겨진 갑옷에 대한 최적의 선택”이며, 지구에서 이방인 같은 존재인 슈퍼맨처럼, 영국 배우인 카빌이 가장 미국적인 슈퍼히어로를 연기한다는 ‘낯섦’에 매력을 느껴 그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숙적 파워 지수 – 흐림

“조드 앞에 무릎 꿇으라!” 영화 <슈퍼맨2>에 조드로 출연했던 테렌스 스탬프의 그 유명한 대사를 <맨 오브 스틸>에서도 들을 수 있을까. 조드 사령관은 슈퍼맨의 영원한 숙적 렉스 루터에 버금가는 악당이다.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 행성 출신이니 능력으로 따지자면 루터보다 몇수 위.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조드를 맡게 된 마이클 섀넌은 테렌스 스탬프의 명대사가 <맨 오브 스틸>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스탬프와 전혀 다른 버전의 조드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연기는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지만, 자아를 확립하느라 정신없을 슈퍼맨의 모습이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과연 조드가 악당으로서 제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

CG 남용 지수 – 비

드디어 잭 스나이더를 얘기할 차례다. <가디언의 전설> <써커펀치> 같은 영화들이 못 미덥긴 했지만, 그는 <왓치맨>의 복잡한 세계를 꽤 성공적으로 재편한 감독이자 재기 넘치는 액션 신을 만들 줄 아는 자다. 언제나 그의 약점으로 거론되어왔던 스토리텔링을 <맨 오브 스틸>에선 그 분야의 고수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비드 S. 고이어가 매만졌으니 이야기에 대한 부담도 한층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잭 스나이더의 부인이자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데보라 스나이더는 <맨 오브 스틸>이 “우리가 이제까지 만들어온 영화 중 가장 리얼한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과잉의 CG를 남발해 ‘테크놀로지 덕후’라 불리던 잭 스나이더에 대한 비아냥도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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