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혼의 구원을 귀한 편력기 <콘돌은 날아간다>
2013-05-2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신부는 누구에게 고해받고 용서받나요?” 검은 옷의 신부는 묶인 곳이 많다. 죄 많은 지상에, 사람들의 평판에, 영적 갈구와 육체적 욕망에도. 어느 날 가족 없이 늘 성당에서 지내던 여중생 연미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다. 전날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박 신부(조재현)와 늘 집을 비웠던 언니 수현(배정화)은 연미의 죽음에 해 죄책감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다가 깊은 관계까지 맺게 된다.

영화는 박 신부를 따라가지만 우리는 그의 경험과 내면 전부를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의 카메라워킹은 고요하며 우리는 프레임 밖의 상황들, 좀더 구체적인 단서들과 의혹들을 알아낼 수 없다. 파드레 최에게 온 편지의 내용, 박 신부의 과거, 그가 실제 연미에 대해 품은 감정과 욕망의 정도 등은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그것들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영화를 관습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많은 단서들은 아마도 프레임 밖에 있을 터인데,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어딘가, 하지만 그 모서리가 다 보이지 않는 그곳을 심리적으로 제시해 느낄 수 있게 하고자 한다. 결국 <콘돌은 날아간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실제로든 영적으로든 어디로 가는가가 중요하다.

전수일 감독의 <콘돌은 날아간다>는 소재상 타락과 일탈에 관한 영화로 보이기 쉽지만 그 본질은 치유와 구원에 대한 영화다. 그렇기에 영화는 한국이면서 페루이면서 우리 내면의 어떠한 풍경이기도 한 그곳으로 날아간다. 연미의 죽음 뒤 박 신부는 연미의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배회하는데, 우울하게 얽힌 그 길들은 마치 박 신부의 내면의 지도와 같으며 이후 페루 골목길의 이미지와 중첩된다. <콘돌은 날아간다>는 영혼의 구원을 위한 편력기다. 고요하고 성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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