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청춘이라는 통과의례 <경복>
2013-07-1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보은마트 집 아들 형근(최시형)은 부모가 여행을 간 사이에 친구 동환(김동환)을 불러들인다. 둘은 단짝이다. 스무살이 되었지만 딱히 할 일이 없는 그들은 막연히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 정도만 갖고 있다. 어쨌든 지금의 생활로는 뭔가 좀 갑갑하니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게 먼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둘 다 독립할 만한 자금이 없다. 그러자 동환이 형근을 부추긴다. “네 방을 부모님 몰래 팔고 그 돈으로 너와 내가 다른 곳에 방을 얻어 함께 살자”고 한다. 월세와 전세의 차이도 잘 모르는 형근(과 동환)이 부모 몰래 자기 방을 팔고 남의 집에 다시 세들어 살려는 <경복>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경복>은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형근이 감독 최시형으로서 완성한 연출 데뷔작이다. 첫 장편이지만 2012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각종 독립영화제에서 각광받았다. 청춘영화의 주인공이 종종 피하지 못하고 겪게 되는 꿈과 재능 사이의 간극, 허무와 불안정으로 점철된 현재 등이 그려지며, 그런 장면들에 대개 마음이 간다. 예컨대 가수가 되겠다는 형근의 단짝 동환이 나지막이 노래를 할때 (일부러 연기하는 것이겠지만) 그의 노래 실력이 그다지 출중한 것 같지 않기에 이 장면은 유머러스하고 쓸쓸하고 슬프다. 하지만 그러한 심정적 세심함 이상으로 필요했을지 모를 형식의 치열함을 그리는 데 <경복>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이를테면 허무한 청춘들이 낡은 터널을 걷는 문제에 신중해야 했다. 우리의 청춘이 정녕 그 길을 걸었다 해도, 영화 속 청춘들이 너무 많이 걸었으므로 비껴가거나 새로운 걸음걸이로 걸어야 할 그런 길이기 때문이다. 청춘이라는 통과의례에 관해 말하되 의례적으로 말하지 않는 용감함이 청춘영화의 본령 중 하나일 텐데, 청춘영화의 클리셰를 완강히 밀어내기에 <경복>은 수줍음이 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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