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관객 500만이 심리적인 마지노선
2013-11-21
글 : 김성훈
곽경택 감독 인터뷰

지난 8월, <친구2> 촬영현장을 찾았을 때 곽경택 감독은 <친구2>에 임하는 각오로 “기대감 반, 부담감 반”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대감이라면 자신의 영화의 뿌리인 <친구>의 후광을 업을 수 있다는 것이고, 부담감이라면 <친구>가 무려 82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흥행영화라는 사실일 것이다. 11월14일 개봉을 앞두고 정신없이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곽경택 감독은 현재 어떤 마음일까.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문회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질타나 취조 같은 질문이 나올까. 아무리 잘 만들어도 <친구>와 비교될 수밖에 없으니까. 무슨 얘기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말했다.

-<친구2>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미운오리새끼>가 끝난 뒤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의 속편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 이걸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자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무언가가 확 끓어올랐다고나 할까.

-<친구2>는 <친구>의 후반부인 법정 신으로 시작된다. <친구2>의 오프닝 시퀀스이기도 한 <친구>의 장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날 시사회에서 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후반작업의 막바지 때 기술적인 에러가 나는 바람에 그거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믹싱도 원래 일정대로 안됐고. 그래서 막판에 소리를 질렀잖아. 시사회 내내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지 신경 쓰이더라. 결국 그날도 기자회견 끝나고 다시 사운드를 녹음하러 갔다.

-<친구2>를 찍으면서 <친구> 생각이 난 건 언제였나.
=아역 분량 찍을 때. 어린 성훈이 소풍 갔다가 비가 와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신을 찍을 때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친구>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관객을 과거로 소환하는 장치가 강했는데, 이번에는 아역 분량을 아무리 잘 찍어도 <친구>의 그것을 넘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친구> 촬영하면서 가장 생각이 나는 일화는 무엇인가.
=유오성, 장동건 두 주연배우의 기싸움과 욕심을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할 것인가. (장)동건이가 처음에는 머리를 빡빡 안 깎으려고 했다. 너무 빡빡 깎으면 스스로 생소할까봐 부담스러워했다. 스포츠머리로 타협하려고 했다. 헤어스타일 때문에 성인 분량부터 찍었다. 고등학생 분량을 앞둔 어느 날 동건이가 “감독님, 머리카락 그냥 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야. 아, 이 친구가 나를 100% 신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주환 촬영감독, 신상열 조명감독 등 12년 전 나이가 어렸던 스탭들이 지금은 헤드 스탭이 되어 함께 작업했다.
=<친구> 대사로 간단하게 정리할게. 마이 컸네. (웃음) 많이 커서 함께 작업해줘서 고맙고 기쁘다.

-12년 전에는 개봉을 앞두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다행스러운 건 계속 일을 했다는 거다. 쉬는 시간이 없으면 딴생각을 안 하게 되잖아. 그때도 지금처럼 하루에 7번이 넘는 인터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일이 없으면 어떻게 개봉일을 기다릴 수 있는지 몰라.

-<친구>가 관객 820만여명을 동원했다. <친구2> 개봉을 앞둔 지금 기분이 어떤가.
=(한숨을 쉬며) 어휴, (웃음) 제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친구> 관객수의 3분의 2만큼만 해다오.

-자신 있나.
=관객수로 치면 500만명이다. 적은 수가 아니다. 사실 <친구>가 한국형 누아르 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후 개봉한 누아르영화가 400만,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사실 그동안 관객수를 특별히 의식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의 후광을 업고 개봉하는 만큼 500만명을 동원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치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고도 450만명밖에 동원하지 못한 <태풍>처럼 말이다. 그 점에서 500만명은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다. 그 정도는 해줘야 체면 유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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