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황기석 촬영감독은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다. 미국 유학파였고 충무로 도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친구 곽경택 감독의 데뷔작 <억수탕>(1997)으로 데뷔한 까닭에 그의 촬영부는 자유분방하기로 유명했다. 그때 황기석 촬영감독의 촬영부 세컨드였던 <친구2> 윤주환 촬영감독은 “식사할 때조차 카메라를 들고 밥을 먹어야 했던 다른 촬영부와 달리 우리는 카메라 위에 검은 천 하나 달랑 씌워놓고 밥을 먹을 정도였다”고 웃으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첫 만남
“당시 26살로 황기석 촬영감독의 촬영부 세컨드였다. <친구> 작업하기 전에 단편영화를 함께 찍었던 기세훈 촬영감독(<사랑> <연가시> 등)이 촬영부의 퍼스트였다. 그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다.”
12년 전 추억
“동수가 준석에게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말하는 룸살롱 신은 엄청 신경 써서 찍었다. 광량이 작은 조명, 고보, 스크림, 실크 등 여러 장비를 단 C스탠드만 무려 27개였다. 조명 세팅이 끝나고 나니 슬레이트가 끼어들 자리가 없더라(연출부 막내가 슬레이트를 치는 보통 영화와 달리 황기석 촬영부는 촬영부가 슬레이트를 직접 친다). 또, (김)광규 형이 (유)오성이 형과 (장)동건이 형한테 ‘아부지 뭐하시노?’라고 물으면서 뺨을 때리는 장면은 진짜 때려서 긴장감이 넘쳤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안권태 감독도 학생으로 보조 출연해서 뺨을 맞았고.”
12년 만의 만남, <친구2>
“<친구> 이후 <사랑>을 제외한 곽경택 감독의 모든 영화에 참여했다. 그중 가장 부담스러웠다. 사수 황기석 촬영감독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친구>의 속편 아닌가. 사실 전작 <미운오리새끼> 때도 부담스러웠다. 그 작품 역시 황기석 촬영감독이 촬영한 단편 <영창 이야기>(1995)를 장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떠올리게 한 <친구2>의 한 장면
“동수가 죽는 날 은기가 어떤 행동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 찍을 때 옛날 생각이 났다. 국제나이트클럽 앞 삼거리를 전면 통제하고 찍었다. 4일 동안 해가 없는 오전과 해가 국제나이트클럽 건물에 가리는 오후 시간대를 기다리면서 총 4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찍었다. <친구2>의 그 장면을 찍을 때 <친구>를 일일이 고증해가면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