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로맨틱 발레 실황 공연 <지젤>
2014-01-22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순진하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 지젤(질리언 머피)은 우연히 알브레히트 왕자(퀴 후안)와 마주친 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의 즐거운 연애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숨겨왔던 왕자의 신분이 들통난 데다 그의 약혼녀가 마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지젤은 이성을 잃어 미쳐가고, 결국 생명을 잃는다. 이윽고 숲의 요정 ‘윌리’로 변한 그녀가 다시금 등장하지만 둘의 사랑은 지속되기 어렵다. 다만 이제 요정이 된 지젤이 자신의 무덤을 찾은 알브레히트를 주변의 윌리들로부터 지켜내려 애쓸 뿐이다.

<지젤>은 동명 로맨틱 발레의 실황 공연을 담은 영화이다. 몇몇 장면에서 감독은 무용수를 배우로 삼은 ‘환상극’ 형태를 삽입하지만, 스토리의 변동은 거의 없다. 일부 무용을 통해 전달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상황들이 영상을 통해 보완되는 정도에 그친다. 주인공의 죽음을 중심으로, 극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막과 2막 무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데, 1막이 즐겁고 활기차다면 2막은 처연하고 웅장하다. 1막 후반부에서 지젤의 죽음은 클로즈업과 트래킹을 이용한 영화적 방식이 동원돼 촬영되며, 2부가 시작되기 전 막간에는 알브레히트 역의 무용수가 중국인인 것을 활용한 동양적 이미지가 삽입되기도 한다. <넘버 투>(2006)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토아 프레이저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2013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본래의 무대를 고스란히 전달하면서 동시에 영상을 통해 구상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기에, 발레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이나 <지젤>을 처음 접한 감상자들에게 가이드가 될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프리마돈나 질리언 머피의 독무를 비롯한 뉴질랜드 왕립발레단의 수준 높은 공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오클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흠잡을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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