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play-취향의 공동체를 찾아서
2014-02-04
글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공연 혼자 보기’ 노하우… 솔로족을 위한 추천 콘서트 라인업도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얼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공연장에 모인 관객의 얼굴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 환한 빛 웅덩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지만, 몸을 던지기 전 문득 두려워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때때로 혼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특하게도 혼자인 이들을 위해 정성 어린 이벤트를 준비하는 공연이 늘고 있긴 하지만, 그조차도 오로지 ‘커플’을 최종목표로 한 이들을 겨냥한 연말 특수에 그치고 말다 보니 아무 첨가 없이 오로지 ‘혼자’이고 싶은 이들은 결국 두번 죽게 되고 만다. 공부 안 해도 토익 점수 잘 받았다는 성식이 형… 아니, 성시경이 단독 콘서트에서 친히 솔로 배려자 좌석을 마련해줘도, 감성변태 희열이 형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남자솔로 방청객과 걸그룹만 모아 성탄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줘도, 그것은 솔로가 바라는 궁극적 마음의 평화와는 영원한 평행우주를 이룰 뿐이다.

다행인 것은 그 겨울 깡패 같던 연말 시즌도 이제 안녕이라는 점, 그리고 공연장이라는 장소가 생각보다 혼자인 이들이 몸을 숨기기 좋은 장소라는 점이다. 뭔가 어색할 것 같다며 쉽게 외면하곤 하는 포크나 발라드 공연장은, 실은 홀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을 위한 모범답안에 가깝다. 인기도 음악도 훈훈한 네 남자 권순관, 재주소년, 정준일이 모여 만드는 Live ICON 5(2월28일, 3월 1일)를 우선 체크하자. 비록 커플 관객의 압박이 예상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한눈팔지 않고 무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만해지는 시간일 것이다. 3월15일 홍대에 자리한 공중캠프에서 열리는 공기공단(空気公団) 내한공연도 잊으면 섭섭하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결 고운 멜로디를 들려주었던 이들의 음악은 핫팩보다 강하게 우리의 외로운 어깨를 데워줄 것이다.

그렇게 혼자 보는 공연에 적당히 적응된 기분이 든다면, 한여름에 열리는 각종 록 페스티벌 시즌을 기다릴 일이다. 일상에서 유리되었다는 해방감과 탁 트인 공간이 만드는 페스티벌 특유의 마법 같은 공기는 어색함을 기본옵션으로 달고 태어난 이들에게 마저 옆 사람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하곤 한다. 아직도 이렇게 추운데 여름이 오긴 오는 건가 걱정이라면, 잠시 넣어두시라. 최근 몇년 사이 우리의 조국은 사계절 쉬지 않고 각종 페스티벌이 열리는 페스티벌 천국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록페시즌’의 문을 여는 격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올해 무려 2주 일정(4월26, 27일, 5월3, 4일)으로 열릴 예정이고,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5월3, 4일)과 매해 허를 찌르는 라인업이 돋보이는 서울재즈페스티벌(5월 중순 예정)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약간 느끼해 보이는 이 기회가 무엇보다 좋은 건 나와 같은 취향의 ‘동지’들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어떤 약속도 없는 그런 날,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얼굴만은 익숙한 이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오롯이 즐기는 살아 있는 시간. 혼자 보는 공연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취향의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