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티븐 소더버그의 여섯 공범들 [5] - 줄리아 로버츠
2002-02-22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글 : 김혜리
그녀가 발길질한다, 황홀하다, 테스 오션

오션의 전 부인 테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오션이 하필이면 베네딕트의 카지노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분명 테스다. 전 부인을 찾기 위해서, 테스의 현재 애인을 엿먹이기 위해서.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여배우인 줄리아 로버츠 모습이 그대로, 테스에게 겹친다는 것이다. 샌드라 불럭이 이웃집 여자애 같은 친근한 이미지라면, 줄리아 로버츠는 직장이나 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꼭 한번 데이트 신청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여인이라고나 할까. 눈이 번득 뜨이는 미인은 아니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여인. 그것만은 확실하다. 테스는 낭만적인 기질로 가득한 ‘방탕한’ 오션이 반할 만한 여자다. 서부로 간 남자들이, 말을 몰고 다니며 때로 총까지 쏘는 거칠고 쾌활한 여인네들에게 혹한 것처럼, <오션스 일레븐>이 일제히 눈돌릴 만한 매력이 그녀에게는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줄리아 로버츠의 출세작은 <귀여운 여인>이다. 중후한 신사가 된 리처드 기어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 영화 속에서도 스스로 ‘신데-fucking-렐라’라고 할 만큼 비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화사하고 아찔하게 다가오는 여인. 로이 오비슨의 주제가에 맞춰, 베벌리힐스의 명품숍에서 벌이는 패션쇼는 줄리아 로버츠의 솔직하고 활달한 성품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저널리스트들이 말하듯, 그는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한다. 망설이거나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조지아의 소도시에 자라나, 뉴욕으로 온 뒤에야 연기자의 꿈을 꾸었던 줄리아에게는 여전히 ‘순진’한 구석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 이전에 이미 <미스틱 피자>와 <철목련> 등의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귀여운 여인> 이후에 찍은 <사랑을 위하여> <후크> <펠리칸 브리프> <메리 라일리> 등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향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눈물을 질질 짠다거나 두려움 가득한 시선으로 어둠을 바라보는 캐릭터는 줄리아 로버츠의 것이 아니었다. 화가 나면 발에 걸리는 것들을 걷어차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입 밖으로 뱉어내는 여인, 그게 바로 줄리아 로버츠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과 <에린 브로코비치>의 공통점. 물론 <귀여운 여인>까지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절친한 남자친구의 결혼소식을 듣고 방해공작을 하러 나서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에린 브로코비치>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억센 여인을 연기한다. 그거야말로 줄리아 로버츠이고, 그것야말로 ‘아메리칸 스윗하트’다. 지금 할리우드의 연인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연인이 누구인지는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 그건 테스, 아니 줄리아 로버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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