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봤니, 이 영화] <관상>의 여섯 배우 관상을 읽다(2)
2014-04-23
글 : 이화정
내경 역의 송강호

"모든 걸 뒷받침해주니 안되는 일이 없다."

<관상>의 송강호

내경은 어떤 인물? 조선 최고의 관상가.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보는 비범한 능력으로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송강호밖에 없었다. 김종서와 수양대군 사이에서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을 배우는. 영화의 거대한 담론을 지켜볼 얼굴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모든 걸 뒷받침해줄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오후 2시에 전화로 제안을 하고, 그날 오후 6시에 만나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송강호에게 맞춰 바꾸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 방관자, 뷰어의 역할에 불과했던 내경 역할이 그의 합류로 한층 부각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경을 따라가는 영화, 시골에서 올라와 한양에서 풍파를 겪다가 다시 낙향하는 내경의 일대기가 된 것이다.

송강호는 워낙 단점이 없는 배우여서 감독에게 어려운 장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이 배우와 함께라면 두렵거나 회피하는 장면이 없어진다. ‘배우 송강호’ 하면 떠오르는 습관적인 톤이 분명 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순간순간 창의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굉장히 깊숙한 곳에서 내경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더라. 한번은 내가 감이 잘 오지 않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가 오히려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스무번 넘게 테이크를 가고도 너무 기분 좋게 촬영을 마쳤다. 기뻐서 토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믿겠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얻는 통쾌함.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배우다.

이번엔 특히 <우아한 세계> 이후 두 번째 함께하는 것이라 도움이 컸다. 두번의 촬영으로 알게 된 건 그가 가장처럼 영화현장을 사랑하고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혹한과 눈 때문에 매일이 강행군이었는데, 그는 그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스탭들이 그러더라. “아, 저래서 송강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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