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봤니, 이 영화] <관상>의 여섯 배우 관상을 읽다(5)
2014-04-23
글 : 이화정
김종서 역의 백윤식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과 명석함이 뛰어나다."

<관상>의 백윤식

김종서는 어떤 인물? 수양대군의 맞수. 어린 왕 단종을 지키기 위해 관상가 내경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너무나 영화적인 배우. 배우 백윤식이 가진 영화적 힘이 좋았다. <돈의 맛>에서 그가 연기한 ‘윤 회장’만 보더라도, 과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그 나이대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다. 김종서 역할을 생각하면서 백윤식을 떠올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종서는 수양대군과 팽팽하게 부딪히면서도 절대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을 당당함이 필요한 역할이었다. 더군다나 수양대군을 조금 새로운 이미지로 설정했기 때문에, 김종서는 오히려 기품있고 안정적인 카리스마를 지닐 필요가 있었다. 배우가 기존에 가진 강한 이미지에 더 많이 기대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배우 백윤식이 가지고 있는 연기톤이야말로 지금의 김종서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포효하듯 내지르는 김종서의 모습이 백윤식의 연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는 가벼운 대사도 믿음직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배우다. 그의 호흡에는 굉장히 차분한 톤에서 갑자기 극적인 톤을 끌어내고, 거기서 순간적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놀라운 건 이 급격한 톤의 변화가 모두 그의 계산에서 나온 정교한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내가 어떤 걸 요구했을 때 원하는 걸 정확하게 파악하며, 관객을 염두에 두고 빠르게 앞뒤 맥락을 분석할 줄 안다. 물론 쉬는 시간, 김종서의 무서운 수염을 붙이고도 손녀와 화상채팅을 하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도 나는 봤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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