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 이 양반과 술 어떻게 마시지?’ 퍼뜩 그 생각부터 들더라니까요. <유나의 거리>를 보는데 작가님이 사람 속마음을 훤히 다 꿰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동안 작가님과 편하게 술도 걸치고 놀았는데 얼마나 제 흠을 많이 알고 계시겠어요. 작가님 전작들도 봐왔지만 제가 <유나의 거리>에 유독 심하게 빠져들고 있어요. 작가님이 그간 연구해온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계신 것 같달까요. 캐릭터의 성격이나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신기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내십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대사가 완벽한 구어체라는 거예요. 그러니 연기자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들어가 작가의 의도대로만 연기하면 잘하는 연기자가 되는 겁니다. 제 트위터에도 썼지만 이번 드라마에 합류한 배우들을 보면 동업자로서 부럽기 그지없어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과의 인연도 꽤 되었네요. 그분 덕에 등산을 배워 2004년부터 같이 산에 오르곤 했어요. 같이 등산하고 내려와 그분이 산악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볼 때면 저는 정말 경탄하곤 했습니다. 산에서 똑같이 본 장면인데도 작가님이 본 건 마치 카메라로 찍어놓은 것처럼 세세한 거예요. 타고난 재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재능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도 이분은 일주일에 한번씩 일산 재래시장에 나가셔요. 좌판에 앉아 시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만 보면 어느새 그들과 완벽하게 친해져 있어요. 한분 한분과 눈높이를 맞춰가면서 대화를 하시죠. <유나의 거리>에도 등장하는 콜라텍은 5년 가까이 취재해오신 걸로 알아요. 그러니 생생할 수밖에요. 저는 <유나의 거리>를 몇번씩 다시 봅니다. 혹시 놓친 게 있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꼭 볼 때마다 못 본 장면이 나와요. 계속 봐도 새로운 게 나오니 정말 신기하지요.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요.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