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여장부 오지랖퍼와 다세대주택의 스파이더맨
2014-10-1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김옥빈&이희준 인터뷰

“감독님한테 제가 묻죠. 창만이는 왜 제 인생에 이렇게 참견을 하는 거죠? 지금 이 순간 창만이가 너무 보기 싫어요.”(김옥빈) “(유나의 첫사랑) 태식이가 그냥 꼴 보기 싫어요. 저한테 인사해도 (시큰둥하게) ‘어’라고 해버리고. 이렇게 얘기하다보니까 옥빈이나 저나 캐릭터에 너무 물든 것 같네요. 진짜 우리 사는 얘기라고 느끼고 있어서 그런가봐요.”(이희준) 그럴 만도 하다. 벌써 6개월째. 김옥빈과 이희준은 유나와 창만으로 살고 있다. 잠도 못 자가며 연일 촬영 중이지만 “<유나의 거리>를 통해 연기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는 그들의 말에서 드라마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김옥빈이 말하는 유나, 유나가 말하는 김옥빈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았어요. 게다가 50부작이니 제가 계속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것도 좋을 것 같았고요. 유나는 세상에 끊임없이 반항하고 사람들을 밀어내는 인물이죠.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충분히 받지 못한 결핍된 사랑 때문에 소매치기로 빠지고요. 하지만 저는 유나가 기본적으로 선한 인간이라고 봐요. 소매치기를 하지만 자기만의 최소한의 원칙과 양심을 가지고 있죠. 그러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스스로 정해놓고 살잖아요. 여장부 같은 면도 있고요. 어찌 보면 유나는 ‘오지랖퍼’예요. ‘바닥 식구들’이나 다세대주택 사람들을 두루두루 신경 쓰고 챙겨주죠. 창만은 (건강하고 밝은) 창만의 세계에서 오지랖퍼라면 저는 어둠의 세계에서 오지랖퍼인 거죠. 둘이 통하는 부분, 서로 끌릴 수 있는 부분은 이 지점인 것 같아요. 결말이요? 유나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벌은 받고 끝나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는 유나가 타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이희준이 말하는 창만, 창만이 말하는 이희준

“‘노래 잘해? 싸움 잘해? 하여튼 다 잘해야 해.’ 김운경 작가님이 직접 전화를 주셔서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창만은 다세대주택의 스파이더맨 같아요.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능력은 없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죠. 유나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창만이가 유나와 유나 엄마를 만나게 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근데 유나는 그런 창만의 마음도 모르고 신경 쓰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는데 되게 서운하더라고요. 저라면 이쯤에서 ‘그래? 알았다!’ 그만두지 않을까 싶었죠. 근데 창만은 그러지 않잖아요. 한번은 촬영하다가 창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냐며 작가님께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작가님이 ‘창만은 희망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대요. 지지고 볶는 소시민들의 삶 속에 창만만큼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그 희망이라는 말이 제겐 너무 큰 의미였어요. 근데 그즈음, 비가 엄청 오는 날 차를 타고 시청 광장을 지나는데 수백명의 세월호 조문객들이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는 거예요. 그분들을 보는 순간 어쩌면 이 모습이 작가님께서 말씀하시는 희망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 마음을 창만을 통해 연기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렇다면, 창만이 이 드라마의 희망이라면, 창만만큼은 끝까지 유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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