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어린 배우 연출, 아역 시절 만난 감독들보단 잘할 수 있다
2014-10-21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아리아> 아시아 아르젠토 감독

이탈리아 야생마가 왔다. 아시아 아르젠토가 <아리아>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전작 <이유 있는 반항> 이후 무려 10년 만의 장편 연출작이다.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와 배우 다리아 니콜로디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9살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배우이자 데뷔작 <스칼렛 디바>(2000), <이유 있는 반항>(2004), 신작 <아리아> 등 장편영화 3편을 만든 감독이다. 5년 전 부산을 찾았던 아버지 다리오 아르젠토처럼 그 역시 부산에 홀랑 빠졌다. “아버지로부터 열광적인 관객이 많은 영화제라는 얘길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동을 받는 날이 많은데 부산이 그런 날인 것 같다. 좀 피곤했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아버지 다리오 아르젠토가 5년 전 부산을 찾은 적 있다. 알고 있나.
=아버지와 함께 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

-<이유 있는 반항> 이후 장편 연출은 10년 만이다. 그동안 연기를 주로 했다.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지 않은 이유가 뭔가.
=결혼을 했다. 아이도 낳았다. 영화를 만들 여력이 없었다. 엄마로서, 배우로서 내 인생에 대해 고민을 했다. 결론은 배우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어릴 때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건 감사한 일이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당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였던 연출 데뷔작 <스칼렛 디바>에서 주인공 안나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톱스타였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우를 그만두려는 이유가 뭔가.
=사실은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18살 때부터 여러 글과 시나리오를 써왔다.

-연기를 한 게 후회되나.
=그렇진 않다. 연기는 내 인생의 숙명이었다. 연기를 하면서 좋은 감독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의 만남은 나를 감독으로서 훈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리아>는 부모가 이혼해 떨어져 사는 까닭에 엄마와 아빠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아홉살 소녀 아리아를 그리는 이야기다. 전작이 그랬듯이 아이에게 사랑을 쏟는 데 관심 없는 부모와 그들 때문에 불안해하는 아이가 여전히 당신의 관심사인 것 같다.
=<아리아>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한 아이가 큰 가방과 고양이 캐리어를 들고 달랑 혼자 남겨진 이미지로부터 시작됐다. 아이들은 마법을 가지고 있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나 역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아리아>를 비롯해 전작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무책임한 부모들은 경험에서 나온 건가. 당신의 부모님은 어땠나.
=내 부모님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와 자매들은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충분한 사랑을 받기 어려웠다. 그게 내 인생과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그게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다루고, 아이들과 작업하기를 즐겨하는 이유인 것 같다.

-아리아 역을 맡은 지울리아 살레르노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캐스팅 디렉터가 그를 찍은 영상을 보여줬는데 눈에 영혼이 있었다. 그 순간 다른 배우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연기를 했기 때문에 아역들에게 연기를 주문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어릴 때 내가 만났던 감독들보다는 훨씬 잘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시나리오를 보게 하기보다 상황을 잘 설명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카메라를 쫓아가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카메라가 아이를 쫓아가게 해야 아이가 덜 힘들어한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감독인 나와 동등한 관계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샬롯 갱스부르가 아리아의 엄마로 출연한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는 뭔가.
=어릴 때부터 선망해온 여배우라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다.

-밴드 플라시보의 보컬 브라이언 몰코가 작업한 O.S.T가 참 좋았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아리아의 불안한 마음을 강조하더라.
=그는 오랜 친구다. 로마에서 만나 음악이 없는 편집본을 보여줬다. 내 아이의 우쿨렐레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더라. 멜로디가 너무 좋아 스마트폰으로 담았고, 다시 들어보니 이미지와 잘 어울려 녹음을 하자고 했다. 아리아가 부모로부터 혼날 때 음악을 통해 강림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아리아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다음 영화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차기작 계획이 있는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역시 10대 청소년들을 그리는 이야기라는 것만 알려주겠다. 엄마로서, 감독으로서 성숙해졌으니 앞으로 영화를 자주 만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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