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무표정의 극점×마성의 생기
2014-10-21
글 : 윤혜지
사진 : 박승근
<내 남자>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니카이도 후미

“아무도 없는 지구의 끝에서 단 두 사람만이 살고 있다는 이미지”가 가장 아름답고 기이하게 구현될 수 있는 장소로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은 홋카이도 유빙을 떠올렸다. 서늘한 풍광을 배경 삼은 그의 신작 <내 남자>에서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오른쪽)는 품어서는 안 될 상대를 사랑하다 파국을 맞는 준고를, 니카이도 후미(왼쪽)는 준고를 파멸로 이끄는 매혹적인 소녀 하나를 연기한다. <내 남자>에서 준고는 점점 피어나는 하나와는 정반대지점에 서 있다.

아사노 다다노부가 특유의 무표정으로 체화한 준고는 점점 더러워지고, 너덜너덜해지다 끝내는 버석버석 말라버린다. 이상한 말이지만, 아마도 ‘무표정’을 가장 뛰어난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면 그건 아사노 다다노부일 것이다. 건조한 무표정으로 그는 하나와 동행한 15년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내 남자>는 2011년 부산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지원을 받아 사쿠라바 가즈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아사노 다다노부는 준고를 만들 때 소설 자체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작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감독님께 물었지만 감독님은 원작에 내가 빨려들어갈 수도 있지 않겠냐면서 원작을 읽지 말아달라고 따로 부탁하셨다.”

한편 현재 일본의 작가 감독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인배우 니카이도 후미는 “굉장한 힘이 필요한 작품이었다”고 <내 남자>를 설명했다. 기묘한 생기과 매력을 지녔다는 건 하나와 꼭 닮았다. “촬영할 때 나는 만 18살이었다. 가장 체력이 좋을 10대에 이렇게 힘든 영화를 찍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전작들도 그랬지만 정말 뜨겁고, 열정적인 현장이었다. 현장의 열정을 흡수해 버틴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간 피가 너무 많이 나오는 영화에만 출연했다. 내가 평범한 역할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말해두고 싶다. (웃음)” 그는 현재 재학 중인 게이오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라며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니 꼭 한국영화에도 출연하게 해달라”는 귀여운 부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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