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은 2시7분을 가리키는 시계에서 시작해 2월7일자 달력으로 끝이 나는 영화다. 하나의 이미지와 경쾌한 음악으로 영화를 시작하는 구성은 <로맨스 조>와도 비슷하다. 오프닝과 엔딩의 교묘한 수미쌍관,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얽힌 비화(가령 주인공 ’최연신’의 이름은 ’최고의 연기신’이라는 뜻) 등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소소한 장난이 곳곳에 스며 있어 더 유머러스해진 한편 이광국 감독의 실제 사연을 담은 어른의 이야기라 더 쓸쓸해진 면모도 있다.
영화는 “속는 셈치고 얘기해보세요”라는 유준상의 대사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야기하기’에 대한 감독의 애정과 애착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꿈과 꿈풀이를 영화의 재료로 삼았다. “나는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는데 그 영향이 오래간다. (투병 중인) 아버지는 꿈과 현실을 혼동하실 때가 간혹 있었다. 꿈을 꿀 때의 이상한 느낌과 꿈이 현실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는 모양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 조>에도 주요한 역으로 출연한 신동미의 곁에 김강현과 유준상이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했다.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유)준상이 형이 떠올라 얘기했는데 우리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고려해 출연료도 안 받고 흔쾌히 역할을 맡아주셔서 무척 고마웠다.” 김강현은 신동미가 갖고 있는 “뾰족함”과 좋은 조화를 이룰 동글동글한 인상이 마음에 든 배우라고 한다.
감독이 재배열한 시간 속에서 인물들이 종횡무진하는 것은 전작과 같지만, <꿈보다 해몽>은 구성과 결말이 조금 더 일관되고 차분하다. “이야기의 성격도 성격이고, 이번엔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모티브도 좀 빌려왔다. 한 여자가 거울 너머로 들어가 기이한 일을 겪고 다시 거울 앞으로 돌아오며 끝난다는 느낌. 현실과 비현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를 찾으려고 했다.” 카메라의 활기찬 움직임이 줄어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지만 이광국 감독은 “여전히 ‘움직임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