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세계의 영원한 미녀
장민
주성치의 영화 안에서 장민만큼 망가지지 않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망가져봤자 <도성>(1990)에서 겨드랑이에 슬쩍 굵은 점을 찍은 정도다(물론 몸개그는 오군여가 한다). 주성치와는 <소자병법>(1988)에서 처음 만나 <도성>을 계기로 첫 ‘연인’ 자리를 공고히 했다. 초기 주성치 영화에서 주로 당당하고 고혹적인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대개 주성치가 장민을 보자마자 홀딱 반하는 설정이다. 가까운 연인이라기보다 주성치가 우러러보는 이상향의 여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도성>에선 주성치의 은인이자 힘의 원천이 되는 여인이었고 <무장원 소걸아>(1992)에선 주성치가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미모의 기녀를 연기했다. <녹정기>(1992)에선 힘 있고 도도한 태후 역으로 주성치와 대립한다. 1988년 미스 홍콩 출신의 진짜배기 미녀!
주성치의 개그 라이벌?
오군여
오군여는 장민의 대척점에 서 있는 ‘못생긴 파트너’다. 범접하기 어려운 여인이라기보다 동고동락하는 친구 혹은 동지에 가까운 인물. <도성>에서 장민이 연기한 이몽의 특징 중 하나로 겨드랑이의 굵은 점이 나오는데 정작 점을 드러내며 한껏 팔을 쳐들고 다니는 캐릭터는 이몽을 가장한 오군여다. 망가지는 것만 놓고 보면 주성치와 코미디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될 정도. <가유희사>(1992)에선 억척스러운 전업주부 역을 맡아 집안일을 하며 깨알 같은 생활 개그를 선보였다. <럭키가이>(1998)에선 마성의 청년 아성(주성치)의 미남계에 당하기는커녕 도리어 아성을 물어뜯어 광견병(!)을 옮기는 악덕 복부인으로 출연했다. 드물게 <망부성룡>(1990), <천왕지왕>(2000)에선 주성치의 귀여운 아내로 나온다. 진가신의 실제 배우자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
막문위
장민과 오군여의 중간쯤에 막문위가 있다. 미녀와 추녀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서유기: 월광보합>(1994)에선 도도한 동생 요괴 백정정으로, <희극지왕>(1999)에선 주성치를 쥐락펴락하는 미모의 톱스타로, 심지어 <홍콩 레옹>(1995)에선 귀여운 소녀 마틸다로 분했다. 반면 막문위가 최고로 망가진 영화인 <식신>(1996)에선 까만 피부, 짧게 자른 머리에 가짜 뻐드렁니를 끼운 비주얼로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형편없는 몰골로 주성치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다 안타까울 정도. <소림축구>(2001)에선 레게머리에 턱수염까지 붙이고, 콧수염을 단 장백지와 나란히 카메오로 출연했다. 앨범도 내고 광고도 찍으며 여전히 잘나가는 현역으로 활동 중.
최고의 신데렐라
주인
짧고 굵게! 출연작은 얼마 안 되나 주성치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여인. 무명 시절 <도학위룡2: 첩혈위룡>(1992)에서 주성치가 잠입한 학교의 새침한 여학생으로 첫 등장해 걸작 로맨스 <서유기: 선리기연>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주성치 영화 최고의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지존보(주성치)와 안타까운 로맨스를 펼치는 자하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특히 <서유기: 선리기연>의 엔딩에서 멀리 사라지는 손오공(주성치)을 응시하는 자하의 눈빛이 백미. 주인은 이 작품을 계기로 주성치의 공식적인 연인이 되었으나 주성치와 막문위의 염문설이 돌며 주성치와는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이후론 당연히 주성치와 함께 작업하지 않게 되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2010년 유진위가 리메이크한 <서유기: 월광보합>에서도 다시 자하로 등장했다.
주성치♡서기, 정녕 꿈인가요?
서기
주성치 영화의 모든 여인 중 특이하게도 주성치와는 절대 엮이지 않는 유일무이한 여배우. 서기는 <럭키가이>에서 앳된 얼굴의 왈가닥 소녀 방방 역으로 주성치 세계에 입문했다. 그런데 주성치의 연인이 아니다. 주성치가 일하고 있는 계란파이점의 잘생긴 사장 아들 아남(진효동)의 연인이다. 방방은 재벌의 상속녀이지만 신분을 감추고 집을 뛰쳐나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아남의 집에 머물며 그와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로부터 17년 후 말괄량이 소녀는 여전사가 됐다. 주성치가 연출한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서 서기는 퇴마사 단소저로 분해 진현장(문장)의 유능한 동료로서 요괴를 물리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