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우리는 친해진 과정이 묵언수행 같아요”
2015-06-04
진행 : 이화정
정리 : 윤혜지
사진 : 최성열
스무살의 아이콘, 정우성-이정재

<씨네 21>_여기 계신 관객은 정말 계 탄 분들이네요. (웃음) 사람 나이로 따지면 스무살, 청춘이죠. 청춘이라는 말에 걸맞은 두 배우를 모셨습니다. 이젠 중후함까지 느껴지네요. (일동 웃음)

정우성_지난해가 저희 데뷔 20주년이었거든요. 스물하나인 거죠. <씨네21>과는 연년생이네요.

이정재_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 말이에요. 저는 항상 청춘인 것 같습니다.

<씨네 21>_지난 20년을 돌아봤을 때 <씨네21>과의 추억이라고 할 만한 얘기가 있다면요.

정우성_작품 개봉 때마다 거의 표지를 장식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영화인생과 <씨네21>의 영화인생이 궤를 같이하고 있네요. 창간기념호마다 우리를 빼놓고 이런 토크쇼도 여러 번 진행하신 것 같은데 참 섭섭하고요. (일동 웃음)

<씨네 21>_20주년 때까지 기다린 거죠. (웃음)

이정재_개인적으로도 <씨네21>의 애독자여서 늘 마음이 가고요. 다른 영화인들의 근황도 <씨네21>을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웃음)

<씨네 21>_김성수 감독의 선견지명이 대단합니다. <태양은 없다>(1998)로 두분이 친구가 되셨는데요. 서로 적수라고 여기진 않았나요.

이정재_그때만 해도 너무 어렸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웠죠. 촬영 전 2주간 신 수정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성씨에게 많은 걸 느꼈어요. 같은 나이에 시작했는데 왜 나에겐 저만큼의 열정이 없을까 하고 많이 부러웠고요.

정우성_정재씨가 드라마 <모래시계>(1995) 할 때 저는 <아스팔트 사나이>(1995)를 했는데요. 그해에 신인배우상을 준다는데 공동 수상이라는 거예요. ‘무슨 상이 두개야?’ 했는데 같이 받는 사람이 정재씨였던 거죠. 알고 나서는 ‘같이 받을 만하군’ 생각했어요. (웃음) 나이도 성격도 비슷하니까 언론에선 라이벌 구도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와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가 있다는 건 저에게도 무척 기분 좋은 일이거든요. 김성수 감독님이 <태양은 없다> 들어갈 때 정재씨 어떠냐고 하셨는데 단박에 좋다고 했어요. 그런데 <비트>(1997)팀이 그대로 간 거라 정재씨가 스스로를 손님이라고 느끼면 안 되잖아요. 나름 극성스럽게 정재씨를 살폈죠. 저 같은 사람이 극성스러워봤자 별것 없었겠지만. (웃음)

이정재_첫 촬영 때부터 우성씨의 배려를 느꼈어요. 우성씨가 스탭들과 자리도 많이 만들어줬죠.

정우성_우리는 친해진 과정이 묵언수행 같아요. (웃음) 젊은 남자들이 친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이 술이잖아요. 촬영 후에 술자리 만들어지면 둘이 마주 앉아서 별말 없이 술잔만 기울여요. 오랜 시간 앉아 있다보면 그냥 그 시간만큼 친해졌구나 하는 거예요. 한병이 비면 그제야 ‘한병 더 할까요?’ 물어보고 다시 건배하고, 마시고.

이정재_항상 이렇게 다정해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요. 그건 상대를 굉장히 관심있게 지켜보기 때문이거든요. 같은 일을 하면서 솔직하게 속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우성씨에게선 진심이 느껴지니까 안 좋아하려야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씨네 21>_두분은 왜 다시 같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으시나요. 어째서 어느 감독도 이렇게 좋은 버디를 다시 보여주지 않는 걸까요.

정우성_어제도 정재씨와 같이 저녁을 먹었어요. 본인은 꼭 (같이 하는) 영화를 만들겠대요. 만드세요. 다만 좋은 영화를 가져오라고. (웃음) 감히 말하자면 <태양은 없다> 이후 그만한 청춘 버디무비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정재씨와 저를 두고 쓴 시나리오를 많이 받긴 했어요. 하지만 글이 있다고 영화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우리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씨네 21>_영화도 몇편 만드셨는데 직접 연출하셔도 되잖아요.

이정재_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재밌겠어요. 매년 기대를 가져요. ’아이고, 올해는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생기려나?’ 그런데 여의치 않네요.

정우성_이런 얘기도 했어요. <감시자들>(2013)의 제임스가 교도소를 갔다면? 거기서 <도둑들>(2013)의 뽀빠이를 만났다면? (관객 환호)

<씨네 21>_그럼 이제 한국의 남자배우 중 가장 뜨거운 눈빛의 정우성씨와 가장 냉혹한 눈빛의 이정재씨에게….

정우성_냉탕, 온탕이란 거죠? (일동 웃음)

<씨네 21>_아무튼 관객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웃음)

관객_정우성 배우님께 질문을….

정우성_(말 자르며) 그전에 이름이 뭔가요? (관객 환호)

관객_OO이고요. 오랜만에 봬요. 김성수 감독님과 다시 영화를 찍으신단 얘길 들었는데요. 마음가짐은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요.

정우성_똑같아요. 성수 형과 마지막으로 한 작품이 <무사>(2001)였고요. 그 후에 제작을 맡으신 <중천>(2006)에 출연했다가 그다음을 또 기다렸어요. 김성수 감독님은 여전히 청춘이세요. 언제나 파이팅 넘치고 촬영장의 열기도 뜨겁죠. 8월에 촬영 들어가는데 이전에 보지 못한 유연함과 폭넓은 연기를 선사해드리려 해요. 스물한살에 맞는 표정과 감정으로요. (일동 웃음)

관객_정재 오빠, 곧 중국 진출하시잖아요. 당분간 중국에서만 활동하시는 건지 더 나아가 할리우드 진출 계획도 있으신지 묻고 싶어요.

이정재_들어오는 얘기 중에 이번엔 맞겠다 싶어서 받아들인 것뿐이에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진 않아요. 해외에서 영화를 해보는 건 저에게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일 것 같아서요.

<씨네 21>_중국 촬영 하면 정우성씨가 선배잖아요. 뭔가 한마디 보태준다면.

정우성_국내 배우 중 제가 중국 로케이션을 가장 많이 경험한 배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웃음) 중국어 기초 회화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니하오마! (관객 환호)

관객_두분은 연기와 생활을 구분짓는 편이신가요?

이정재_여러 타입의 연기자가 있을 텐데 전 중간에 걸쳐 있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스스로를 달달 볶아가면서 몰입할 때도 있죠. 캐릭터마다의 기운이 있는데 그 기운을 따르려는 편이에요.

정우성_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100%로 몰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촬영 후에 캐릭터를 빨리 벗어던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사생활에 너무 영향을 미치거든요.

<씨네 21>_최근 경험을 예로 든다면.

정우성_<마담 뺑덕>(2014)의 심학규는 담배를 피우잖아요. 저는 예전에 담배를 피웠던 사람이니까 촬영장에서 가짜 담배를 준비해주는데 그게 너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진짜를 달래서 피웠는데 쓸데없는 몰입이었던 것 같아요. (일동 웃음)

관객_우성 오빠의 오래된 팬이에요. 남수단 봉사활동 가시기 전에 예방주사는 다 맞으셨어요?

정우성_오빠라는 걸 보니 스무살이구나? (관객 환호) 접종도 했고 약도 6종 세트로 먹고 있으니 염려 마세요. (웃음)

<씨네 21>_서로를 향한 덕담으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이정재_시간이 너무 빨리 가 아쉽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정우성씨는 (관객 환호)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포근하고 위트 넘치는, 파워풀하면서도 깊은 마음을 가진 최고의 배우로 남을 거라고 믿습니다.

정우성_‘재리’(팬들이 부르는 이정재의 별명)와 ‘워리’(팬들이 부르는 정우성의 별명. ‘정우월’을 줄인 말)가 여러분과 만나 즐거운 자리였어요. 한층 젊어진 것 같습니다. 우리 재리는 (<관상>의 한 장면을 따라하며) … 대배우가 될 상이네요. (일동 웃음)

*본 토크쇼에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비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허영만 작가의 만화 <비트> 스페셜에디션 세트가 독자선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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