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사랑에 관한 영화의 새로운 경지
2015-06-04
글 : 김현수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호수의 이방인> GV- <씨네21> 김혜리 기자
김혜리 기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알랭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은 제6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 영화는 성기 노출 등으로 인해 제한상영가 판정이 예상되는 바 수입자 레인보우 팩토리가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개봉을 유예한 상태다. GV 진행을 맡은 김혜리 기자는 “호숫가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인공조명, 폴리사운드, 삽입된 음악도 전혀 없이 만들어진, 에센스만 남아 있는 영화”라고 인상을 밝히며 토크를 시작했다. 영화는 게이들의 만남의 장소인 호수를 찾은 프랑크(피에르 데 라돈샴)가 매력적인 남자 미셸(크리스토프 파우)을 만나 매혹되지만 프랑크가 우연히 목격한 살인사건이 그들의 관계를 시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김혜리 기자는 이 영화의 시공간에 대해 설명하면서 “건조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면서 바람이 불어 촉각적 요소를 더하는 장소, 수평선이 가깝고 기슭이 반원으로 굽어 서로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친밀한 공간”을 원했던 알랭 기로디 감독이 프로방스 지방의 호수 한곳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야외공간을 마치 건축물을 접근하듯 촬영이나 편집을 통해 구획을 나눈” 점에 주목했다. “공간으로서의 구획과 인물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구획이 있는데 프랑크의 독점적 시점숏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숏-리버스숏 방식을 배제하고 영역 단위로 찍었다. 즉, 감정을 개별 인물의 반응이 아니라 장소의 공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열흘이라는 제한된 극중 시간 안의 꽉 짜인 진행을 원했”던 알랭 기로디 감독이 “극도로 간단한 요소로만 이뤄진 시퀀스를 계속 반복”하며 이야기를 전개한 효과에 대해서는 “최면에 걸린 것 같은, 마치 신화적인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일상을 신화화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리고 “영화의 신화적인 이미지는 에덴동산을 떠올리게도 한다. 아무도 소유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교환하고 자유롭게 헤어지는 모습에는 과거 공상적 사회주의가 꿈꿨던 낙원의 이미지가 있다. 기로디 감독은 공산당원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보디 더블을 이용해 섹스를 그대로 보여준 <호수의 이방인>의 표현 수위에 대해 김혜리 기자는 감독이 “섹스를 괄호치는 주류영화의 위선과 포르노그래피의 성적 이미지 착취에서 동시에 벗어나 섹스가 가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낮은 부분과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부분을 다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상대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이끌리고 섹스에 몰입하는 프랑크의 감정은 에로틱 스릴러의 서스펜스가 아니라 몽환적이고 목가적인 슬픔에 가깝다. 자기파괴를 포함한 사랑의 초월적이고 어두운 극단이 거기 있다”고 묘사했다. 그럼 왜 반드시 동성애여야 했을까?

“섹스와 사랑이 사회의 재생산 및 효율과 연결돼 있는 이성애자들과 달리 호숫가가 상징하는 동성애 커뮤니티는 안으로 걸어잠긴 비밀스런 하위문화다. 그래서 욕망과 사랑의 본질에 좀더 천착한다. 소위 정상성의 세계에서 작동하는 규범과 터부의 중력이 여기서는 다르다. 주체가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성애 관계에서 가려져 있던 사랑과 욕망의 가장 낮은 바닥,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초월적 지점을 드러낼 수 있다”면서 여태 보아온 사랑에 관한 영화의 경지를 뛰어넘는 순간이 <호수의 이방인>에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GV는 영화의 결말을 삼킨 어둠에 대한 감상으로 마무리됐다. 대체 욕망과 사랑 안의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걸까? 김혜리 기자는 제목 중 ‘이방인’의 원어(incconu)가 낯선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알 수 없는 것’(the unknown)이라는 의미도 있음을 상기하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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