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불혹을 눈앞에 둔 여덟 남녀의 사랑과 방황 <키스 미 어게인>
2015-06-10
글 : 문동명 (객원기자)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은 <라스트 키스>(2001)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윌 스미스와 함께 <행복을 찾아서>(2006), <세븐 파운즈>(2008)를 찍었다. <라스트 키스> 이후 9년이 지나 속편 <키스 미 어게인>이 만들어졌다. 배우들을 비롯한 제작진 대부분이 제자리로 돌아와 여덟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10년 전 결혼한 친구 커플 세쌍은 현재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 카를로(스테파노 아코시)는 줄리아(비토리아 푸치니)와 이혼을 진행하면서 젊은 애인 안나와 함께 산다. 부유한 가정을 꾸린 마르코(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와 베로니카는 오랜 불임으로 서로에게 지쳐가고 있다. 불쑥 가족을 떠나 10년 만에 돌아온 아드리아노는 다시 아내와 아들과의 관계를 이어보려 하지만 가족의 냉대만 마주할 뿐이다. 마약에 의지해 우울증을 견디는 파올로는 아드리아노의 아내를 사랑하고, 행복한 삶을 갈망하는 알베르토는 브라질로 떠날 준비를 한다.

서른을 앞두고 방황하던 <라스트 키스>의 주인공들은 마흔 직전의 엄연한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키스 미 어게인>은 특정 인물에 대한 쏠림 없이 여덟 친구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펼친다. 장년의 삶을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려내는 것처럼, 영화는 오로지 인물들의 말을 따라간다. 사람의 마음을 풍경에 빗대 보여주거나 무작정 절경에 시선을 돌려 관객을 현혹하려 들지 않는다. 드라마치고 꽤 긴 러닝타임이지만 관계 안에서 오가는 자연스러운 대화(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를 따라가보면, 이미 놓쳐버린 사랑을 붙들려는 남자들의 지질한 모습에도 마음이 동한다.

여덟 사람의 사연을 쫓아가는 <키스 미 어게인>은 감정 기복이 심한 드라마다. 많은 영화가 인물들의 상황을 영화의 감정적인 리듬에 맞춰 배열하지만, <키스 미 어게인>은 주인공들이 놓인 처지를 그때그때 드러낸다. 카를로와 줄리아가 다시 좋은 무드로 흐르는 걸 보여주다가도 아드리아노가 가족에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바로 이어붙이면서 리듬을 애써 흐트려놓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들쭉날쭉 변하는 감정선은 산만하다는 감상을 이끌기 십상일 테지만,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은 그런 리스크를 무릅쓰고 불혹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방황을 영화의 형식을 통해서도 강조했다. <라스트 키스>와 마찬가지로 <키스 미 어게인>은 제작된 지 5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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