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상상력을 싣고 날아오른다
2015-07-07
글 : 김현수
사진 : 오승환 (항공촬영)
드론의 탄생부터 종류, 특징, 스펙… 한국영화 속 플라잉캠 역사까지
드론으로 촬영한 부산 영화의 전당 상공.

카메라가 장착된 무인 비행기체 드론이 없었더라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제2의 게스트나 다름없었던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이나 tvN <꽃보다 할배>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는 확실히 반감되었을 것 같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의 생경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누구나 아는 관광 명소일지라도 땅에서 바라보는 이미지와 카메라를 상공으로 띄워 내려다볼 때의 이미지는 같고도 달랐다. 모르긴 몰라도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드높이는 데 드론 촬영이 한몫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또 최근에는 사람이 결코 다가갈 수 없는 화산이나 위험한 산악지역 등지에 드론을 띄워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용암 폭발 현장이나 자연경관 등을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영상산업 전반에서 드론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누구나 간단한 조작만으로 어디에서든 초고화질의 이색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 덕분이다. 편리하고 안전한 데다 기동력까지 갖추고 있는 드론이 대중화된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심지어 인기가수 김동완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론을 취미로 즐기는 모습까지 등장해 전문 촬영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충분히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물건으로도 알려지게 됐다. 물론 하늘 높이 띄우는 기체이기에 조종 미숙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비책이나 항공촬영 시의 법적 규제 등의 ‘준비운동’은 무거운 마음으로 챙겨야 한다. 과거 명절 때마다 공터에 나가 친구들과 연 날리며 놀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놀이와 기술의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대체 드론이 뭐기에?

미래의 드론, 즉 2015년에 드론이 실생활에 쓰이게 될 것을 미리 예측한 영화가 있다. 바로 <백 투 더 퓨처2>(1989)다. 공교롭게도 2015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땅 위를 떠다니는 호버 보드, 끈 없는 전자동매듭 농구화, 핵융합 에너지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다양한 기술을 상상해서 구현했다. 그중에는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 비행기체가 사람 대신 허공에서 사진을 찍어 신문사에 보내는 일종의 사진기자 역할을 하는 드론도 있었다. 즉, 드론의 핵심은 무인(無人) 기능에 있다. 드론은 사람의 움직임을 대신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훌륭한 운송 수단으로도 쓰이겠지만 때로 드론은 군용으로도 쓰인다.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한 드론은 일찍이 1차 세계대전 때부터 살상용으로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테러 진압에 쓰이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알카에다 조직의 예멘지부 지도자가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물론 동시에 이로움을 제공하는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마존의 드론 택배 서비스다. 지난 5월, 아마존은 배송기술 특허를 신청하고 미국 연방항공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아마존의 드론 택배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사용자가 주문한 물건을 30분 내에 수령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탐정> 현장에서의 ‘드론’.

드론의 특징과 주요 기능

이처럼 드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이유로 먼저, 누구나 간단한 조작 방법만 익히면 쉽게 기체를 하늘로 날릴 수 있는 간편한 구동 원리를 들 수 있다. 드론은 헬리콥터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서 하늘을 날게 되며, 프로펠러가 4개인 쿼드콥터, 6개인 헥사콥터, 8개인 옥토콥터로 나눠 부른다. 통칭해서 멀티콥터라고도 부르는 이 드론은 일반적으로 쿼드콥터 형태가 가장 널리 사용되며 하중이 무거운 카메라나 물건을 장착할 때에는 헥사콥터 이상을 사용한다. 프로펠러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호버링(항공기 등이 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이 가능하며, 다소 무거운 중량도 견딜 수 있게 된다. 멀티콥터보다 안전한 비행을 원할 시에는 프로펠러가 위아래 두개씩 장착되어 정반대로 돌아가는 동축반전 프로펠러 형태의 드론을 사용하기도 한다. 동축반전 프로펠러는 혹한의 장소에서도 바람이나 기타 다른 영향으로부터 기체의 진동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 출시되는 드론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위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GPS 기능과 나침반, 자이로 센서, 초음파 센서 등이 장착되어 사용자가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항공촬영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헬기를 띄운 다음 영상을 찍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간편하고 저렴해진 것이다.

어떤 카메라로 찍을 수 있나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드론의 경우는 프로펠러가 4개 달린 쿼드콥터 형태이므로 일반적으로 항공촬영을 원할 시에는 경량 카메라를 장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근 카메라들이 점점 성능은 유지하면서 크기는 작아지고 있어 광고, 뮤직비디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드론을 이용한 촬영을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출시되는 드론의 겨우, 4K화질에 30fps, 1200만 화소 촬영이 가능한 수준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발매된다. 물론 영화 현장의 경우에는 기존 카메라들과의 화질 차이가 있겠으나 헥사콥터 이상의 기체라면 영화 촬영에 적합한 카메라를 장착할 수는 있다. 현장에서는 주로 파나소닉 GH4나 블랙매직 카메라를 장착해서 쓴다. 그리고 올해 2월에 카메라 업체 아리에서는 드론에 장착 가능한 초경량 카메라 알렉사 미니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메라 업계에서도 드론의 활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드론의 시작, DJI의 팬텀

왜 이렇게 전세계가 드론에 열광하게 됐는지 그 출발점을 따져보면, 드론 전문 제조회사인 DJI사에서 출시한 대중화 모델 팬텀 시리즈의 등장 시점을 꼽을 수 있다. 사실 하늘에 띄우는 무선조종 비행기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용화되고 있었으나 기술적 한계로 멀리 날아가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 사람들의 접근성이 낮았다. 그런데 갑자기 초소형 카메라를 결합할 수 있는 저렴한 팬텀 모델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미크로콥터라는 독일제 드론이 시장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워낙 고가의 장비인 데다 조립이 어렵고 촬영을 위한 세팅도 어려워 전문 촬영감독도 쉽게 쓰기를 꺼렸다. 그러던 차에 DJI사에서 복잡한 자이로 센서와 GPS 기능을 탑재하면서도 유저들이 직관적으로 쉽게 조종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면서 성능도 우수한 제품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DJI사는 어떤 이유로 무인 비행기체에 카메라를 정착할 생각을 했을까. 사실 여기에는 ‘고프로’라는 초소형 카메라의 출시가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게 업계의 주요한 해석이다. 어디에나 장착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강조하는 고프로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드론의 등장이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이다. DJI사에서도 자사 제품에 고프로 카메라 전용 짐벌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DJI사는 단순히 카메라를 얹을 수 있는 기존 제품 외에 소니와 손을 잡고 소니의 카메라 모듈을 아예 드론 내부에 심은 카메라 일체형 팬텀3라는 신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로봇 전문가였던 홍콩과학기술대 전자컴퓨터공학과 리쩌상 교수의 제자였던 프랭크 왕이 2006년 대학교 기숙사에서 창업한 DJI사는 창업 9년 만에 팬텀3를 발표하면서 전세계 드론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프랑스의 패럿, 독일의 미크로콥터 등 경쟁사들도 중국산 부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DJI사와는 사실상 경쟁이 안 된다. 또한 드론의 모터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인 희토류의 최대 보유국가 또한 중국이기에, DJI사는 현재 전세계 드론 시장의 거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DJI사의 매출은 2014년에 5천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고속 성장을 할 거라 예측하고 있다.

초경량화된 카메라의 추세와 함께 발맞춰 드론 시장을 개척함에 따라 그 이전에는 대단히 복잡했을 항공촬영의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됐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예측할 수 있는 건 드론이 촬영현장에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의 문제다. 과연 드론으로 어떤 장면을 손쉽게 찍을 수 있을까.

<용서는 없다>

한국영화 속 플라잉캠의 역사

현재는 드론으로 찍는 항공촬영의 대부분을 과거에는 헬기를 동원해서 찍었다. 에어리얼숏으로 통칭되는 이런 촬영 기법은 흔히 내려다보는 부감숏을 찍을 때도 쓰이고, 액션 장면이나 풍경을 보여주는 인서트컷을 찍을 때도 많이 쓰였다. 대표적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절벽 장면이나 자동차가 한적한 도로를 따라 오버룩 호텔로 들어서는 <샤이닝>(1980)의 첫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한국영화계에서도 종종 헬기를 띄워 항공촬영을 시도하곤 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을 찍을 당시 김우형 촬영감독의 경험담은 흡사 스턴트 촬영 비하인드에 가깝다. 그는 “촬영용 헬기가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헬기를 타고 한쪽 문을 열어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몸을 헬기 밖으로 반쯤 내민 후에 찍었다. 그러다 보니 측면숏밖에 찍을 수 없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고한다. “과거에는 스테디캠 리그를 써서 헬기 안에 앉아 밖으로 빼서 찍기도 했다. 선배 감독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이어를 헬기 바닥에 깔고 거기에 트라이포드를 묶어서 쓰기도 했다고 한다. 타이어가 진동을 잘 흡수한다는 이야기가 충무로에 전해져 왔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용서는 없다>(2009)를 찍을 때 처음으로 야마하에서 제작된 무인헬기 R-MAX에 레드 카메라를 장착해서 찍었다. 이 기체는 농약 살포용으로도 쓰이는 다용도 무인헬기인데 당시에는 군사용으로도 충분히 개조가 가능한 모델이라 위험 요소 때문에 딱 한대밖에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이후 <미스터 고> <스파이> <서부전선> 등의 최근작에 모두 R- MAX가 쓰였다.

<범죄의 재구성>(2004)이나 <주홍글씨>(2004) 당시에는 항공촬영에 필요한 마운트 장비가 없어서 찍고 싶었던 장면을 못 찍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태풍>은 헬기에 장착하는 무선 카메라를 국내에서 처음 제작해 썼던 사례로 꼽힌다. 홍경표 촬영감독에 의하면 “당시만 하더라도 상당히 고가였던 자이로 짐벌 헤드를 장착해서 부산 광안대교 위에 헬기를 띄웠는데 오퍼레이팅이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영상을 실시간으로 무선 모니터를 이용해 확인해야 하는데 기상 상황 때문에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는 후문.

그런데 사실 홍경표 촬영감독은 국내에서 무인헬기 촬영을 처음 시도한 바 있다. 이른바 플라잉캠을 이용해서 역동적인 촬영을 꾀한 최초의 한국영화는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2001)다. 당시 서울 동호대교 위아래를 훑으며 활강하는 장면과 터널 추격 장면 등에서 플라잉캠을 활용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오퍼레이터 두명이 현장에 찾아왔는데 3일 찍으면서 비용이 1억원가량 들었다. 돈도 돈이지만 국내에서는 촬영 불가 장소가 너무 많았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촬영이 안 된다는 둥 너무 제약이 많았다”고 전한다. 당시 플라잉캠이라는 것은 모형 헬기에 필름 100자 분량이 들어가는 카메라를 개조해서 부착하는 식이었다. “대략 4~5분 정도는 띄워서 찍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자이로 센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고생이 많았다. (웃음)”

홍경표 촬영감독은 최근 촬영을 끝낸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처음으로 드론을 사용해봤다고 한다. “극중 황정민이 산속에서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블랙매직 카메라를 장착해서 찍었다. 화질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풍경을 보여주는 인서트컷으로 생각하고 촬영했다.” 드론을 쓰기 위해서 찍었다기보다 산이라는 공간 자체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애매해서 썼다고 말하는 홍경표 촬영감독은 “간편하고 기동력이 좋고 자이로 센서가 있어서 편리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니까 쓰게 되더라”라며 드론에 대한 첫 소감을 요약한다.

<킬러들의 수다>

드론으로 무엇을 찍을 것인가

지난 한국영화 현장에서의 사례를 요약하자면, 드론을 통해 찍은 많은 장면들이 과거에 전혀 찍을 수 없던 장면은 물론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조금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을 뿐이다. 수백년 전, 백성들은 왕을 올려다볼 수 없었고, 우리는 신에게 ‘굽어 살피라’고 기도한다. 세상을 모사해왔던 화가들도 신에게 닿기 위해 내려다보이는 세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 그렇다면 드론을 통해 무언가를 내려다본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의 기술력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종종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쓸데없이 상공을 오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는 블록버스터영화를 보고 난 다음의 공허함과 비슷하달까.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었던 사회자 엘런 드제너러스의 셀카숏이 화제가 됐던 이유 중 하나로 기술적 한계(휴대전화 사양)를 넘어 더 많은 양의 정보(이 경우에는 더 많은 수의 유명 배우들)를 한 프레임에 담아낸 것에 대한 미적 호기심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후 농담처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셀카봉 열풍이 불었다. 어쩌면 기존의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론이 가장 충실하게 수행한 역할은 다름 아닌 셀카봉의 확장이 아닐까. 기존의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쟁하듯 드론을 띄워 담아낸 자연경관의 모습을 되돌려 생각해보면 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담기 위해 더 높이 시선을 띄우는 것 이외에 어떤 아름다움, 혹은 당위를 발견할 수 있을까.

드론과 관련한 많은 정보를 모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과연 드론이 한국영화 현장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그리고 정작 감독들은 드론으로 무엇을 찍고 싶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우형 촬영감독의 견해는 일단 조심스럽다. “드론은 상상력의 문제다. 과거에 드론이 없었을 때도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구현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이제 누구나 드론을 띄울 수 있으니 현장에서 누구나 저걸 띄우면 뭘 찍을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될 거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가 바뀌기는 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너무 과잉이다.”

하늘에 카메라를 달고 무엇을 담아낼지 고민하는 지금, 스스로 하늘을 오르지 않더라도 자신을 내려다볼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한 드론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드론을 띄우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 대부분의 표정에는 기대와 호기심이 가득하다.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망은 드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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