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일이 된 남자. 드론웍스(Droneworks) 김승호 대표의 어린 시절 취미는 RC카를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성인이 된 뒤, 그의 관심사는 RC카에서 RC헬리콥터로 옮겨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짐벌(Gymbal, 카메라를 흔들림 없이 고정하는 장치) 장비로까지 손을 댔다. 그런 그가 드론을 공중에 띄우는 일에 빠진 건 이상하지 않다. 평소 알고 지내던 촬영감독의 제안을 받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에서 드론을 처음 띄운 뒤, 영화 <역린>을 포함한 <내 심장을 쏴라> <연평해전> <극비수사>, 최근의 <대호> <탐정> 등 여러 영화에서 드론 촬영을 맡고 있는 그다.
-드론이 널리 사용되면서 한국영화가 항공촬영을 활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과거에는 항공촬영한 장면 대부분이 풍경 인서트컷이었다. 요즘에는 현장에서 다양한 카메라 워킹을 요구하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를 쫓거나 보트를 따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보니 촬영이 없는 날이나 촬영 하루 전날에는 미리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항공촬영으로서 드론의 장점은 무엇인가.
=드론이 충무로에서 자리를 잡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헬리캠 하면 여전히 헬리콥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무인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장착해 항공촬영을 하는 방식 말이다. 헬리콥터는 수평조절장치가 따로 없으면 공중에 띄워놓았을 때 뒤집힐 수 있다. 조종사가 헬기 위치를 파악해야 안정적으로 조종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항공촬영을 해도 영화에 쓸 수 있는 컷들은 얼마 없었다. 반면, 드론은 날개가 여러 개(4, 6, 8개) 달려 있고, 트라이포트가 카메라를 수평으로 고정해 안정적이다. 위성항법장치(GPS)도 장착돼 조종사와 드론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전파가 끊기더라도 자동으로 조종사에게 되돌아온다.
-촬영현장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헬리콥터에 비하면 드론은 크게 어려운 게 없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촬영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헬리콥터의 경우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국내에 열명도 채 되지 않았다면, 드론을 다루는 업체는 현재 250여개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드론 촬영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우리 팀은 총 3명으로 구성됐다. 보통은 2명이다. 드론을 움직이는 조종과 카메라앵글을 조절해 영상을 담아내는 촬영, 두 가지 기술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카메라앵글을 고정해놓은 뒤 드론을 공중으로 띄웠다면, 요즘은 짐벌을 종횡으로 움직일 수 있어 공중에 띄워놓고 앵글을 맞춘다.
-최근 작업했던 <대호>는 어떤 도전이었나.
=해발 780m 높이인 설악산 울산바위까지 카메라를 들고 올라갈 수 없어 울산바위 위로 드론을 띄웠다.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시간은 보통 10분 남짓이다. 무게가 무거운 레드에픽 카메라를 장착할 경우, 최대 6분 정도밖에 못 띄운다. 주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그림을 담아내야 한다. 또, 드론은 엔진이 아닌 배터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배터리는 온도가 낮으면 성능이 저하된다. 겨울에 찍었던 까닭에 배터리 걱정까지 해야 했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항공촬영이 있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사막 위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따라가며 담아낸 항공촬영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영화 속 자동차의 속도가 엄청 빨라 그 속력을 유지하면서 자동차와 인물을 자연스럽게 찍는 게 쉽지 않은 장면이다. 속도의 차이를 극복하려면 망원렌즈를 쓰는 방법도 있는데 50mm 이상의 망원렌즈를 쓰게 되면 피사체가 카메라앵글을 잘 벗어난다. 팀원들과 “우리끼리 한번 연출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