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위로하는 마음으로
2015-09-03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베테랑> 박종환

영화 <양치기들>(2015) <프로젝트 패기>(2015) <베테랑>(2015) <오늘영화>(2015) <서울연애>(2014) <레디액션! 폭력영화>(2014) <잉투기>(2013) <보통소년>(2009)

드라마 <프로듀사>(2015) <더러버>(2015)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2)

배우 박종환은 올해 상반기 가장 화제가 됐던 드라마 <프로듀사>와 영화 <베테랑>에서 어수룩하면서 익살스런 모습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 실제로도 영화 속 캐릭터 그대로의 어눌한 면모를 지니고 있으면서 한편으론 싸움닭 같은 강렬하고 예민한 매력도 지닌 그는 영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천생 배우다.

-<베테랑> 이후 상반기에만 영화 <검사외전>과 드라마 <더러버> <프로듀사> 출연 등 아주 바쁘게 보내고 있다. 맡은 역할도 다양하다.

=3월에 가장 바빴다. <검사외전>(감독 이일형)과 <프로젝트 패기>(감독 이근우)를 끝냈고 드라마 <더러버>와 <프로듀사>도 병행했다. 지난해 초에 <베테랑>을 찍은 다음 겨울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 연구과정 8기 작품인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에 출연했다. <검사외전>에서는 <베테랑>의 배 기사(정웅인)와 비슷한 위치인 용역 노동자로 등장하고 코믹한 페이크 다큐 형식의 음악영화 <프로젝트 패기>에서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뮤지션 역을 맡았다. <양치기들>에서는 역할대행 업체에서 일하다가 가짜 목격자 행세를 하면서 사건에 연루되는 인물을 연기했다.

-<베테랑>의 양 실장은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코믹 액션 장면의 주축을 담당했다.

=액션에 대한 류승완 감독의 비전이 확실했기에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됐다. 그런데 연습할 때처럼 엄청 진지하게 연기했더니 오히려 “준비한 걸 무너뜨리면서 연기하라”고 하셨다. 계속 위축되다 보니 실수도 많았다. “네가 잘해서 뽑았으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지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섰다. 옆에서 배성우 선배가 마음껏 무너지는 모습이 큰 도움이 됐다.

-평소 액션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잉투기> 때 2개월 정도 주짓수를 배웠다. 류승완 감독이 <잉투기> GV를 진행하면서 내 모습을 유심히 보셨나보다. 덕분에 캐스팅됐으니 잘된 일이다.

-독립영화 현장과 상업영화 현장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고지전> 때 단역으로 잠깐 출연했었는데 상업영화 현장에서는 나를 좀더 어필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내가 하려는 걸 좀더 명확하게 전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마음이 <베테랑>까지 이어졌다.

-마음과 몸에 새긴 촬영장간의 차이점도 있나.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현장의 구분보다는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현장 접근법이 나뉜다. 즉, 내게 <양치기들>과 <베테랑>은 비슷한 미션이다. 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현장이라면 캐릭터에 대해 훨씬 집요하게 묻는다. 내가 좀더 작가를 위로해준다는 느낌으로 접근한다.

-<오늘영화>의 첫 번째 단편, <백역사>의 어수룩하지만 저돌적인 주인공 남자는 배우 박종환의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캐릭터 같다.

=윤성호 감독에게 연락이 왔을 때부터 내게 꼭 맞는 역할일 거라는 감이 왔다. 그리고 윤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는 대사도 거의 없는 A4 한장 분량의 상황 지문이 전부였다. 보자마자 하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외의 나머지는 내 것으로 채워질지를 알았으니까. 내 성격도 자연스럽게 담겼다. 평소에 사람들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나 농구할 때 승부욕을 보이는 모습 등이 반영됐다. 윤성호 감독은 나를 ‘짐승’이라고 부른다. (웃음)

-대학에서는 연출을 전공했는데 배우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

=군 제대 후 2007년에 연출 전공으로 서울예대를 들어갔으나 1년도 채 안 돼서 집안사정과 여러 문제로 자퇴했다. 연출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큰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뭐든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부끄럽고 지금까지도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 일하고 있지만 누가 나보고 연기 좋다, 같이 작업하자고 하면 그 기운에 일을 한다.

-연기하기 전 본인만의 캐릭터 구축 과정을 소개해줄 수 있나.

=취약한 발성, 발음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야 할 때는 그동안 봤던 영화 중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를 구체화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연기할 때 의외로 모방하지 않으면서 나만의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나는 작가나 연출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신기하게도 결과가 좋아진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나 영화가 있다면.

=가족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서. (웃음) 실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잘해보고 싶다. 아직 미혼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게 평생의 목표다. 내게 연기는 아직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독이 담긴 잔>

내가 꼽은 나의 매직아워

소봉섭 감독의 단편 <독이 담긴 잔>(2011)에 시약관을 연기했다. 왕이 약을 먹기 전에 먼저 먹어보는 시약관의 하루를 담은 영화다. 삼시 세끼 약을 먹는 시약관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면서 감정이 증폭되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어쩌면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연기 자체에 대한 불안감과 맥이 닿아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촬영 전에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불안해하면서 옷 매무새를 만지는 모습을 소봉섭 감독이 그대로 영화에 살렸다. 카메라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던 거다. 촬영 다 끝내고 감독이 앞으로 계속 연기해보라고 용기를 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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