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나보다는 동료가 우선이다
2015-09-03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뷰티 인사이드> 김민재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 <베테랑>(2015) <무뢰한>(2015) <국제시장>(2014) <서울연애>(2014) <우는 남자>(2014) <도희야>(2014) <역린>(2014) <용의자>(2013) <동창생>(2013) <남자사용설명서>(2013) <26년>(2012) <간첩>(2012) <아부의 왕>(2012) <화차>(2012) <퍼펙트 게임>(2011) <특수본>(2011)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2011) <모비딕>(2011) <부당거래>(2010) <시>(2010) <영도다리>(2010) <작은 연못>(2009)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양>(2007)

드라마 <스파이>(2015) <리셋>(2014) <빅맨>(2014) <쓰리 데이즈>(2014) <아랑사또전>(2012)

김민재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부당거래>에서 최철기 반장(황정민)을 보좌하던 정의감 넘치던 이 형사를 떠올려보자. 이 형사는 최철기가 승진심사에 밀렸을 때나 고참인 대호(마동석)가 의문의 죽임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분노하며 동료들을 보호하려던 인물이었다. “어떻게 자리만 났다 하면 경찰대 출신들이 아도를 치시네 그냥. 지들끼리 끌어주고 당겨주고 다 해쳐드세요”라고 일갈하던 이 형사가 바로 김민재다. 2007년 <밀양>에서 단역배우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신인배우임에도 선배 배우들 곁에서 주눅들지 않고 부지런히 존재감을 알린 덕분에 최근 <베테랑>에 이어 <뷰티 인사이드>까지 무려 24편의 영화에 등장했다. 데뷔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1년에 3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셈이다. 물론 크고 작은 조•단역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얼굴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맡았던 캐릭터의 절반 이상이 형사 역할이었던 이유도 크다. “한국영화에서 남자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형사 아니면 깡패가 대부분이지 않나. 잘 어울린다고? 실은 외모가 평범해서 아닐까. 하하하.” 스스로는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외모에 은근슬쩍 하늘로 치솟은 눈꼬리가 그를 더욱 형사답게 만들어준다. 그의 눈꼬리에는 묘하게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어 많은 감독들이 그의 표정에서 형사의 자질을 발견했을 것 같다. 눈은 야비하게 비웃으면서도 입은 활짝 웃는 조롱 섞인 표정이 잘 어울리는 몇 안 되는 귀한 배우인 것이다.

김민재는 대구에서 배우 이희준과 함께 조그만 소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아동극과 성인극을 계통 없이 오가는 막내 단원 생활을 하면서 “오로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운 그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가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선사해준” 이창동 감독을 찾아갔다. 워낙 대규모의 인원이 긴박하게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 이유로 이른바 ‘군대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촬영현장에서 이창동 감독이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에 그는 완전히 반했다. “연기 잘하고 싶은 것에만 관심 많은 배우였는데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뭔지 모르겠지만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공손하게 대하면서 그외에는 오직 영화만 생각하는 이창동 감독을 보며 연출가로서의 꿈도 키워나갔다. 이후 8번 시험을 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연출 전공 수업도 들어봤지만 막상 학교라는 울타리는 그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이창동 감독을 찾아간 그는 <시> 이후 지금껏 오직 현장에서 먹고 자며 영화를 배웠다.

그는 “연기의 길이 한 가지의 정도(正道)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어떤 태도로, 혹은 어떤 방법으로 연기할지 다양한 방편을 연구한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팀 전체, 혹은 동료 배우들의 존재에 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고민한다. 나보다는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가장 우선시하는 표현을 찾으려 노력할 뿐, 나를 드러내기 위한 애드리브는 최대한 지양하는 것. 그것은 그만의 연기론이기도 하지만 인간 김민재의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소외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실제로도 살면서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관심을 기울이면 내가 피곤해지니까 피하게 되지 않나. 그런 태도를 깨고 싶고 그것이 연기로, 그리고 직접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통해서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영화 곁에 오래 머물기 위해 “1일 1식을 하며 술과 담배까지 끊어버린” 그의 영화를 향한 열정이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부당거래>

내가 꼽은 나의 매직아워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내 연기가 늘어서 기뻤다거나 배우로서 큰 영향을 받았던 순간, 혹은 특정 작품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반대로 어렵고 괴로웠던 순간이 나의 매직아워가 아닐까. 연출자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질 못했던 순간 말이다. <시>에서 사로잡힌 중압감이 <부당거래>까지 이어졌는데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지 정말 처절하게 고민했다. 리허설 때마다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줬던 작품이 <부당거래>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정훈 촬영감독도 “잘하고 있으니 편하게 생각하라”며 격려해줄 정도로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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