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친 삶을 위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 <러브 인 프로방스>
2015-10-07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리옹역에서 기차가 출발한다. 기차에는 청각장애인인 꼬마 테오(루카스 펠리시에)가 잠들어 있다. 테오는 할머니(안나 갈리에나)의 손에 이끌려 누나인 레아(클로에 주아네)와 형인 아드리앙(휴고 데시우)과 함께 할아버지 집이 있는 프로방스 마을로 향하는 중이다. 그런데 잠에서 깨서 보니 레아와 아드리앙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예고 없이 갑자기 시골에서 여름바캉스를 보내야 하는 데다 가족 사이의 문제 때문에 17년 만에 처음 만나는 할아버지 폴(장 르노)이 그들을 무뚝뚝하고 거칠게 대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불편하기만 한 프로방스에서의 바캉스는 아이들에게 최악의 여름을 예고한다. 하지만 지중해 연안 코트다쥐르 지방의 따스한 햇살은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곳에서 레아는 첫사랑에 빠지고, 여름이 지나면 가족의 새로운 가장이 되어야 하는 아드리앙은 젊은 시절 히피였던 할아버지에게 가르침을 얻는다. 게다가 방긋방긋 잘 웃는 어린 테오 역시 ‘자연’이라는 아름다운 새 친구를 얻는다.

아비뇽 출신인 로젤린 보쉬 감독은 나치에 협력한 비시 정권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라운드 업>(2010) 이후, 이 영화 <러브 인 프로방스>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번 작품의 제작도 남편인 알랭 골드만이 맡았다. 두 영화는 나름의 공통점을 지닌다. 바로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란 점이다. 그렇지만 <라운드 업>이 사극이라면, <러브 인 프로방스>는 가족 드라마에 속한다는 점이 다르다. 원제인 ‘아비 드 미스트랄’은 남프랑스에 부는 북풍을 의미한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자연이 주는 역할은 강렬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생명의 축복을 받은 프로방스 지역의 자연은 기대만큼 아름답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거기에 전쟁에 반대하고 우드스톡을 즐겼던 히피로서의 이전 세대와, 디지털에 능하고 개인화된 밀레니엄 세대 아이들의 충돌이 관전 포인트다. 그렇지만 여행의 디테일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점은 아쉽다. 지친 삶을 위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선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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