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주방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 <더 셰프>
2015-11-04
글 : 문동명 (객원기자)

한때 미슐랭 2스타에 등록되며 프랑스 최고의 셰프로 이름을 날리다 돌연 모든 걸 버리고 미국에 은둔하던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그는 미슐랭 3스타를 얻겠다는 목표를 갖고, 옛 동료 토니(다니엘 브륄)가 런던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인수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미각을 지닌 스위니(시에나 밀러), 함께 같은 주방에서 일했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등지게 됐던 미쉘,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감옥까지 드나드는 파티시에 맥스, 변두리 식당에서 양고기를 요리하던 데이빗이 괴팍하고 예민한 아담 존스의 주방에 모인다. 하지만 최선의 멤버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은 그리 순탄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더 셰프>는 아담 존스가 프랑스에서 셰프를 그만두게 된 사건을 동력삼아 서사를 밀고 나가지만, 그 사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해 아담 존스의 모난 성격과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확실히 드러낸다. 존 웰스 감독의 전작 <더 컴퍼니 맨>(2010),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2013) 역시 여러 인물들이 얽혀 만드는 이야기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더 셰프>가 품은 교훈은 더욱 뚜렷해진다. 대부분의 ‘요리 영화’를 표방한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더 셰프> 역시 셰프로서의 자질은 음식을 만드는 실력만큼이나 주방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강조한다.

명확한 메시지를 퍼트리는 와중에도 <더 셰프>가 관객의 흥미를 붙들기 위해 배치한 요소들은 빼곡하다. 셰프가 주인공인 영화에 자연히 기대할 만한 음식의 모습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주 등장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저렴한 먹거리부터 런던의 가장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까지, 보는 이의 구미를 대번에 자극한다. 수많은 TV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던 감독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구성진 대사들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일관적인 서사를 잠시 환기하는 반전도 적절히 배치됐다. 그러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연기한 앤 마리와 아담 존스 사이의 맥 빠지는 로맨스가 러닝타임 내내 다양하게 벌여놓은 설정을 성급히 봉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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