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 소년의 비극 <해에게서 소년에게>
2015-11-18
글 : 김현수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던 시완(신연우)의 엄마가 자살하자,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빠는 몰래 도망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집을 모두 잃은 시완은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지방으로 도피한 전도사 승영(김호원)과 신도들의 호출을 받고 그를 찾아간다. 신도들이 시완을 찾은 이유는 엄마가 보관하고 있던 비밀 장부 때문인데 갈 곳 없는 시완은 어느 허름한 PC방 한켠에 얹혀살고 있는 승영의 곁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밤마다 그를 죽일 생각을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시완은 승영에게 뜬금없이 기타를 배우고, PC방 주인집 딸인 민희(김가현)는 또래인 시완과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승영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이 다시 교회를 차리려 하자 시완은 거세게 반발한다. 그래 봐야 자신만 불행해지고 그나마 머물던 거처도 사라질 거라는 현실을 너무 잘 아는 시완은 마지막으로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된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 하나 없이 내버려진 한 소년의 비극을 담았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는 영화다. <다섯은 너무 많아>(2005), <나의 노래는>(2007), <지구에서 사는 법>(2008) 등을 연출했던 교사 출신 안슬기 감독의 전작과 비교해봐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실낱같은 희망도 허용하지 않고 어린 소년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전개와 호흡에서는 어떤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천사와 악마가 칼을 겨누고 싸우는 판타지 게임 속 세계가 집약된 PC방이라는 공간을, 도태된 어른들이 종교를 등에 업고 부당한 꿈을 꾸는 신전처럼 활용한다는 설정도 현 세태를 잘 보여주는 공간 설정이다. 한번도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울분을 토로하는 모든 장면이 한국의 교육과 정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3기 졸업작품이며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과 제7회 전주프로젝트마켓 배급지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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