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우리 손자 베스트> 2016 <예술의 목적> 2015 <바라던 바다> 2015 <최고의 감독> 2015 <간신>
전여빈은…
“씩씩하고, 감독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신경쓰지 않는 배우다.” <최고의 감독>을 연출한 문소리는 전여빈을 아침에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결정했다면서.
“열정이 진실된 친구.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 맹렬하게 움직이는 배우. 찍은 사진을 보면 바라보는 것 자체가 좋은 배우.” 필름있수다의 수장인 장진 감독이 전여빈을 두고 한 이 말은 단순히 소속 배우를 알리려고 한 얘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연기에 까다롭고 엄격한 그가 아닌가. “회사 입장에서 트렌드를 떠나… 2, 3년 안에 배우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찬스를 함께하고 싶다”는 게 장진 감독의 속내다.
문소리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최고의 감독>을 보면 좋은 배우로서 전여빈의 싹이 보인다. <최고의 감독>은 한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이 차례로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 스타 문소리 앞에서 조금도 기죽지 않는 강심장. 감독의 빈소에서 꺼이꺼이 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문소리, 윤상화 등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능청스러움. 감독과의 사이를 오해한 감독의 아내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혔을 때 “절대 잔 적이 없다”고 억울해하는 순수함. 짧은 러닝타임 동안 신인배우 서영을 연기한 전여빈의 다양한 면모가 무지개처럼 펼쳐진다. 그 역시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고. “(문)소리 선배님의 도움 덕분에 캐릭터에 살이 붙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희열감을 느꼈다. 또 대본이 숙지된 상태에서 배우가 현장 분위기에 맞게 대사를 가지고 노는 방법도 알게 됐다.”
어릴 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그는 배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준비들을 혼자서 헤쳐나갔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한 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젊은 배우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워크숍에 들어간 것도 “연기의 뿌리”를 찾아 연극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최고의 감독>, “박근형, 고두심 선생님과 함께 작업”한 장진 감독의 TV영화 <바라던 바다>까지 연달아 출연하면서 훌쩍 성장했다. 올해는 김수현 감독의 신작 <우리 손자 베스트>와 KAFA+가 제작하는 <예술의 목적>(감독 현조)에 얼굴을 내비칠 거라고 한다. 나비처럼 날았으니 벌처럼 쏘는 일만 남았다.
<엄마 걱정> <질투는 나의 힘>
요즘 필사하는 기형도 시인의 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엄마가 삼남매를 키우셨다. 자존심이 강하셔서 남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도, 힘들다고 내색하시는 것도 싫어하셨다. 주중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셔서 주말에는 잠만 주무셨다. 엄마가 들어오실 때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엄마도 내가 깰까봐 ‘집에 왔어’라는 얘길 못하시고.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처음 읽었을 때 엄마에 대한 내 마음과 똑같았다. <질투는 나의 힘>은 아직 잘 모르겠다. 연기를 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무너지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할 때 자괴감이 든다. 연기는 경쟁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경쟁인 것 같고. 남들보다 데뷔가 늦은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 언제쯤 나는 엄마한테 걱정을 안 끼치는 사람이 될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나만의 새로운 배우의 길을 만들어가자 하며 싸워나가고 있다.”
<간신>에서 전여빈을 찾아라
조정에서 전국 각지의 미녀를 강제로 징집하는 영화의 초반부, 어머니와 함께 저잣거리를 활보하다가 징집되는 소녀로 잠깐 출연한 장면. 전여빈이 어린 샬롯 갱스부르가 고개를 치켜세운 사진과 합성한 사진을 보내줬는데 어떤가. 갱스부르 못지않게 당당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