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자연스럽게
2016-02-0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장인섭

영화 2016 <해어화> 2015 <그놈이다> <더 폰> <사돈의 팔촌> 2014 <메이드 인 차이나> <우는 남자> 2013 <끝까지 간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드라마 2015 <부탁해요, 엄마> <미세스 캅> <후아유-학교 2015> 외

“젊은 시절의 한석규, 2PM의 준호, 그리고 조승우!” (박흥식 감독)

장인섭과 닮은 사람을 떠올리다가 나온 인물들의 리스트. 또 다른 누군가는 장인섭의 얼굴에서 배우 온주완, 가수 김종국이 보인다고도 말한다.

래퍼가 되는 줄 알았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간 것도 음악을 하고 싶어서다. 친구들끼리 랩 배틀을 하는가 하면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해 타이거 JK, 윤미래 심사위원 앞에서 당당히 1등을 하기도 했다. <아메리칸 허슬>(2013)식으로 말해보자면 그는 ‘발끝 휘날리며’ 랩 실력을 뽐내던 ‘솔풀’(soulful) 소년이었다. 한마디로 ‘스왜그’ (swag)! 그런 자신이 연기를 하게 될 줄이야. “대학 진학을 준비하다 우연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06학번)에 지원했다. 합격자 발표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왠지 내게 주신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 같았다.” 살다보면 꿈꿔왔던 일과는 무관한 길로 접어들 때가 있다. 때론 그게 인생의 한수가 되는데 장인섭에게는 연기가 그러했다.

“나는 연기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 그에게 자연스레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답을 얻었다. “워낙 성격이 자유분방했다. 근데 연기를 하면서 인간 장인섭이 조금씩 성숙해지는 걸 느낀다. 주변을 둘러보고, 나를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다듬어지고 있달까.” 과 동료들과 단편영화 작업을 하는 걸로 성이 차지 않아 ‘달나라 동백꽃’이라는 극단의 창단 멤버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형사팀 막내로 상업영화와 첫 인연을 맺었다. <끝까지 간다>의 음주단속 검문을 하는 순경, <우는 남자>의 금융범죄 특별수사팀원 등 작은 역할들을 이어가다 캐릭터가 있는 인물을 처음 맡게 된 건 <더 폰>의 김 실장 역이었다. ‘형사1, 2, 3 중 한명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김봉주 감독이 뜻밖의 요청을 했다. 극중 살인범인 도재현(배성우)을 협박하는 조폭 김 실장의 대사를 읽어 보라고 권한 것이다. “여러 번의 오디션 경험을 통해 배짱과 강단이 생겼다. ‘나는 직업이 배우이고 오디션은 순위를 매기는 자리가 아니다. 그저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그의 대범함에 반한 <더 폰>의 김봉주 감독은 장인섭을 캐스팅했고 덧붙여 말했다.“배우 마동석과 같은 몸집을 만들라.” 무려 15kg 가까이 살을 찌웠다. 두툼해진 손과 눈두덩, 불뚝 나온 배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걸음걸이와 자세가 나오고 그게 캐릭터가 된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올해 좀더 자주 장인섭을 볼 수 있게 됐다.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해어화>(감독 박흥식, 후반작업 중)에서 작곡가 윤우(유연석)의 친구이자 경성클럽 사장인 “당대의 금수저” 홍석 역으로 등장한다. 2월27일 방영하는 MBC 50부작 주말극 <가화만사성>에서는 “상망나니 큰아들”로 등장해 김지호와 연상, 연하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관객이 ‘장인섭이 나오는 작품이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러나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장인섭의 다부진 포부다.

<500일의 썸머>

“작은 키, 왜소한 몸집을 장점으로 바꾼 배우다. 또 평범한 듯 보여도 그 안에 힘이 있고. <500일의 썸머>(2009)를 특히 좋아한다. 나도 조셉처럼!”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작 <사돈의 팔촌>을 통해 “멜로드라마를 잘할 자신감을 얻었다”는 장인섭에게 힌트가 돼준 작품이 아닐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06학번 동기들의 2016년 신년회 현장. ‘우연히 모이고 보니 다 남자 동기들뿐’이라 모임명은 ‘우남동’. “원래 윤박이 모임을 주도하는데 요즘 바빠서(웃음) 올해는 내가 추진했다. 동기들에 대한 나의 애(愛)가 엄청나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인섭, 민진웅(<성난 변호사> <검은 사제들>), 박세준(<사돈의 팔촌>), 윤박(<출출한 여자 시즌2>), 윤정빈, 김한수, 남연우(<가시꽃>), 이수광(<밀정>), 허지원(<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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