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액트리스]
[이호원, 안보현] 가깝고도 먼 진짜 형제처럼
2016-03-08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히야> 이호원, 안보현
이호원, 안보현(왼쪽부터).

<히야>(감독 김지연)의 사고뭉치 형 진상(안보현)은 실상 그저 ‘동생바보’다. 가수지망생 동생 진호(이호원)는 형을 오해해 미워하고 있다. 진상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우애를 회복하려 애쓰고, 진호는 치근거리는 형이 귀찮기만 하다. 반면 안보현과 이호원은 놀라울 만큼 사이가 돈독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영화 주연작이라 긴장도 부담도 사이좋게 나눠 짊어진 모양이다. 누구나 아는 아이돌 ‘인피니트’의 ‘호야’ 대신 진짜 이름으로 연기에 도전한 이호원과, 어쩌면 장점일지도 모를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을 얼른 떼버리고 싶다는 야심찬 신인 안보현의 데뷔 고생담을 들어보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나서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안보현_감독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멋있어 보이게 연기했는데, 갈수록 진상의 투박한 속내가 나와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포장하는 대신 안보현 자체를 보여주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원_감독님이 내 모든 방송을 찾아보셨다면서, 내 성격과 내 과거를 모두 알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진호는 나와 굉장히 비슷했다. 연기한다기보다 나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호원씨는 본업이 가수인데 갈 길이 먼 가수지망생을 연기했다. 익숙한 일을 낯선 일처럼 연기하는 기분이 어땠나.

=이호원_어색한 게 티가 났나? (웃음) 감독님이 직접 만들어보라 하셔서 랩도 직접 만들어야 했다. 남이 만든 웃긴 장면이면 어찌됐든 열심히 연기하겠는데 내가 만들자니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컸다.

-모델로 활동하던 보현씨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뭔가.

=안보현_모델 하기 전엔 체육고등학교를 다니며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학교에서 영화 단체관람을 했는데 그때 본 영화가 <챔피언>(감독 곽경택, 2002)이다. 그땐 유오성 선배님이 진짜 복싱선수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꿨지만 때마침 운동도 힘들고, 뼈도 많이 부러져서 실업팀 선수 대신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바꾸려고 했다. 주변에서 모델이 되길 권유했고, 운 좋게 정말 모델이 됐다. 훌륭한 모델이자 배우인 차승원, 강동원 선배님을 동경하면서 차근차근 연기도 배웠다.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호원씨는 <응답하라 1997>(2012, 이하 <응칠>) 이후 바로 다른 작품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공백이 조금 있었다.

=이호원_중학생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다. 조를 짜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친구들과 연기하고 촬영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친구들 몰래카메라도 자주 찍었다. (웃음) 우여곡절 끝에 연습생이 됐고 데뷔하고 나서는 위로 올라가기 바빴다. 이름이 조금 알려져서 <응칠> 오디션을 봤고, 감사하게도 감독님의 눈에 띄었다. 가수가 되기 전, 고등학생 때 모 갈치축제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 무대에 올랐던 그때의 기분이 <응칠> 첫 촬영날 생각나더라.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응칠> 끝나고 작품이 꽤 들어왔는데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배운 게 없으니 소비하기만 하면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천천히, 앞으로 가고 싶었다. 가수 활동을 병행하며 혼자 연기 공부를 했다. 3년 만에 드라마 <가면>을 했고, <히야>를 찍었다. 가수로선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데, 연기는 좀더 편한 마음으로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재밌게 해나가고 싶다.

-형제로서의 호흡은 어떻게 맞춰갔나.

=이호원_촬영 전 리딩도 자주 했고, 집이 가까운 덕에 따로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운동도 같이 했다. 남자들끼린 운동 같이 하면서 친해지잖나. 형이 얼마 전 내 콘서트도 보러 왔다.

안보현_콘서트장 가서는 멜론 어플 켜놓고 가사 보면서 노래도 따라 불렀다. (웃음) 둘 다 고향이 부산이라 더 쉽게 가까워졌다.

-실제 형제들과는 어떤가.

=안보현_여동생이 하나 있다. 나이 차도 많이 나고 경상도 가족들이 투박하잖나. 운동부여서 어릴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한 탓에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적었던 데다 다른 오빠들처럼 자상하지 않으니 동생이 날 미워했을 수도 있다. 다 자라서는 좀더 가까워졌다.

이호원_나는 삼형제 중 둘째다. 나도 형과 사이가 안 좋았다. 5~6년은 말도 않고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진호에게 조금 더 몰입이 됐다.

-대구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더라.

=안보현_같은 경상도여도 대구와 부산은 사투리가 무척 다르다. 리얼리티를 살리려 많이 노력했다.

이호원_원래 사투리 쓰는 사람들은 ‘사투리부심’이 있다. ‘어 저거 아닌데?’라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억양을 열심히 익혔다. 억양 때문에 NG도 많이 났다.

-영화에선 보현씨의 신체적 장점과 호원씨의 아이돌로서의 끼가 두드러진다.

=안보현_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 조감독님과 캠코더를 들고 나의 어떤 얼굴이 괜찮은지, 어떤 선이 예쁜지, 가르마는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연구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모습을 그때 많이 알았다. 영화에도 풀숏이 많이 찍혔다.

이호원_리딩 때부터 감독님은 여자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셨다. 촬영도 얼굴이 잘 나오도록 신경써주셨다.

-상체 노출 장면도 있잖나. 둘 다 운동 많이 했겠다.

=이호원_아휴. (웃음)

안보현_지금은 없어졌는데, 호야는 상체 노출 장면이 두세개 정도 있었다. 나보다도 호야가 정말 많이 준비했다.

이호원_탈의실에서 진호가 옷을 갈아입는데 한주(강민아)가 들어와서 그 모습을 보고 진호에게 반하는 장면이 있었다. 미팅 때 감독님이 중요한 장면이니까 잘 부탁한다고 그 얘길 가장 먼저 하셨다. 제대로 해보자 싶어서 5개월을 닭가슴살만 먹으면서 운동했다. 흉터도 있어서 레이저 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그런데 촬영 전날 밤 그 신 촬영이 취소됐다고 문자가 왔다. 정말 허무했다. (웃음)

-가장 난감하거나 어려웠던 연기는 뭔가.

=이호원_…랩 장면. (일동 웃음) 사투리로 랩을 써오라고 하셔서 두달을 끙끙거리며 랩 가사를 만들었다. 당시 힙합 예능 프로그램 <Show Me The Money>가 한창 유행할 때라 주변에선 빵빵 터졌다.

안보현_현장에서 카메라 떨어뜨리셨잖아. (웃음)

이호원_랩에 당시 유행어도 넣었는데 영화가 지금 개봉하니까 웃기지 않을까봐 걱정된다. 관객이 ‘쟤 뭐하냐’ 그럴 것 같다. (웃음)

-2월 말 월드투어 콘서트를 마쳤고, <쇼타임 인피니트>도 2월25일을 마지막으로 방송이 끝났다. 이제야 숨을 돌리겠다.

=이호원_짬이 생겨서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혼자서 제주도 3박4일 여행을 갔는데 솔직히 ‘노잼’이었다. (일동 웃음) 혼자 여행가면 낯선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실제론 사람들을 피해다녀야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질 않더라. 평소엔 혼자 잘 있는데 여행 가서 혼자 있으니 외롭더라.

-보현씨는 드라마 <최고의 연인>과 <태양의 후예>가 방송 중이다.

=안보현_<히야> 촬영하면서 내 어떤 모습이 카메라에 잘 나오는지 알고 난 뒤에 <태양의 후예>를 한 거라 현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최고의 연인>은 오디션 때가 기억난다. 일곱 누나를 둔 어리바리한 막내동생이지만 자기 일엔 철두철미한 캐릭터가 실제 나와는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냥 너 같아. 너 하는 행동이 어리바리해”라고 하셨다. 내가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웃음)

-배우로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이호원_<유 갓 서브드>(2004)에서 오마리온 그랜드베리가 춤을 너무 잘 춘다. 저 사람 분명 댄서구나 싶었는데 연기도 잘하더라. 검색해봤더니 가수였다. 나도 오마리온처럼 연기도, 춤도, 노래도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안보현_지금 내 기사엔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함께 뜨는데 당장의 목표는 그 타이틀을 그냥 ‘배우’로 만드는 거다. 알려지지 않은 만큼 보여줄 것도 많다. 연기 배운 지 8개월 만에 <히야>를 찍었다. 시작에 비해 정말 많은 운이 따라줬다. 배역 따지지 않고 배우는 자세로 롱런하고 싶다.

<히야>

일편단심 동생바라기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밉다고 싫다고 줄기차게 도망다니는 진호를, 진상은 죽어라 쫓아다닌다. 하굣길엔 슬그머니 진호의 꽁무니를 쫓아가며 진호를 괴롭히려는 학생들을 눈물 쏙 빠지게 혼내주고, 진호의 꿈이 허물어지려는 순간엔 필사의 힘으로 그 꿈을 지켜주려 애쓴다. 뒤에서 홀로 쓸쓸한 표정을 지을지언정 진상은 진호 앞에서만큼은 그저 넉살 좋고 뻔뻔한 형이다. “히야(형).” 그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다.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