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워너브러더스가 앞으로 펼쳐 보일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실마리를 곳곳에 숨겨놓은 영화다.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놀라움을 온전히 체감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글은 영화 관람 뒤에 읽는 것이 좋겠다. 엔딩 크레딧이 마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게 하는 쿠키영상은 이 영화에 없지만 그 아쉬움을 감독 잭 스나이더와 제작진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것으로 달래볼 순 있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떡밥’은 두편의 <저스티스 리그> 영화에 등장할 새로운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다. 렉스 루터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영상을 통해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의 모습을 짧게나마 볼 수 있다. 특히 번개만큼 빠른 속도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플래시(에즈라 밀러)는 배트맨의 꿈에 나타나 미래의 위험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이 세명의 캐릭터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게 될 원더우먼의 과거 사진도 등장하는데, 이 사진은 향후 공개될 <원더우먼>(2017)의 시공간적 배경을 미리 알려준다.
오는 8월 개봉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언급은 보다 구체적이다. 이번 영화에서 배트맨은 슈퍼맨과 신경전을 벌이며 “(고담시에서) 광대 옷을 입은 미치광이들과의 사이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조커와 그 일당에 대한 언급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또한 배트맨의 거처에 보관되어 있던 로빈의 코스튬과 그 갑옷에 새겨진 ‘하하 네가 당했어 배트맨’(Hahah Joke’s on you Batman)이라는 글씨는 배트맨의 명실상부한 조력자인 로빈이 지금 여기에 없는 이유와 조커와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스터에그는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빌런이 될 캐릭터에 대한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배트맨은 환상 속에서 날개 달린 존재들의 전투를 목격한다.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의 존재들을 공격하는 이 집단은 DC 유니버스의 가장 강력한 빌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다크사이드의 수하 부대, 파라데몬의 외양과 흡사하다. 게다가 꿈속에서 배트맨이 서 있는 황무지에 새겨진 오메가 기호가 다크사이드의 트레이드마크라는 점도 이 슈퍼빌런이 머지않아 저스티스 리그의 강력한 적으로 출현하게 될 거라는 짐작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장발의 렉스 루터가 왜 대머리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악당의 대머리는 종종 희화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꽤 현실적인 당위성을 부여받는다. 더불어 렉스 루터의 등장에는 이번이 끝이 아닐 거란 전조감도 가득하다. ‘이미 종은 울렸고, 그가 오고 있다’는 루터의 말은 그가 저스티스 리그에 거대한 위협이 될 악당과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