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016-04-05
글 : 최원서 (그래픽노블 번역가)
코믹스로 미리 살피는 저스티스 리그의 역사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는 지면에 등장한 지 거의 80년이 다돼가는 슈퍼맨과 배트맨의 독자들과 작가들이 계속 궁금해왔던 원초적인 질문이다. DC 코믹스의 가장 큰 지적 재산인 두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들은 이미 지면에서 티격태격해오던 오랜 친구와 같은 사이다. DC 코믹스의 공식 그래픽노블 홍보지 2016년판에서 제시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관련 있는 만화 중 국내에서 정식 발간된 작품들을 살펴보자(국내 발간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프랭크 밀러 지음 출판연도 1986년

만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리스트에서 항상 3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이 원작 만화에서 많은 요소들을 차용했다. 새로운 배트맨 로고와 갑옷과 비슷한 아머슈트를 포함한 배트맨 복장은 이 작품에서 프랭크 밀러가 디자인한 것과 매우 유사하고, 무엇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치고받는 장면의 원형이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6년에 디럭스 미니시리즈 4부작으로 발간된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둘은 격돌한다. 이들이 한 만화책에서 함께 등장한 것은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슈퍼맨의 초인적 힘에 대항하기 위해 배트맨이 특수 제작한 슈트까지 입고 제대로 충돌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단행본 시장에서도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이 시리즈는 2013년에 만화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1년에 속편인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이 발간되었고, 현재 3편 격인 <다크 나이트3: 마스터 레이스>가 총 5부작으로 매월 발간 중이다.

<슈퍼맨/배트맨: 공공의 적>

제프 로브 지음 에드 맥기네스, 덱스터 빈즈 그림 출판연도 2003년

<슈퍼맨/배트맨: 슈퍼걸>

제프 로브 지음 마이클 터너, 피터 스타이거왈드 그림 출판연도 2003년

2003년부터 발간된 <슈퍼맨/배트맨> 시리즈의 #1~6 연재분과 #8~13 연재분이 각각 수록되어 있는 단행본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양한 사건을 함께 해결해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둘은 때때로 의견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맞닥뜨리기도 한다. 즉 DC의 양대 캐릭터인 슈퍼맨과 배트맨 사이의 상호작용이 주제가 되는 시리즈라 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특이한 점은 슈퍼맨과 배트맨의 생각을 1인칭 시점에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둘의 판단이나 대처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각자는 서로 다른 색깔의 말풍선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한다.

<슈퍼맨/배트맨: 공공의 적>에서 미국 대통령 렉스 루터는 이들 콤비를 미국의 공공의 적으로 규명한다. 이들은 렉스 루터의 음모를 세상에 알리고 그의 숨겨진 계획을 저지해야 한다. <슈퍼맨/배트맨: 슈퍼걸>에서는 슈퍼맨의 사촌동생 카라 조-엘 또는 슈퍼걸을 태운 캡슐이 지구에 떨어진다. 슈퍼맨은 배트맨과 함께 그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고, 그녀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이 스토리는 몇년 전 작고한 인기 작가 마이클 터너가 DC 코믹스에서 작업한 유일한 결과물로, 그의 절정기 시절 그림을 볼 수 있다.

<슈퍼맨: 레드 선>

마크 밀러, 데이비드 존슨, 킬리언 플런켓 지음 출판연도 2003년

2003년에 디럭스판형 3부작으로 발간된 이 미니시리즈는 ‘엘스월즈’라는 DC 코믹스 내의 평행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같은 해에 <원티드> 원작 만화를 호평 속에 집필한 영국 작가 마크 밀러가 스토리를 쓴 작품으로, 아기 슈퍼맨을 태운 캡슐이 미국이 아니라 소련 땅에 불시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재미있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마크 밀러의 강점인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가득해 속도감 있고 지루하지 않게 읽히지만, 슈퍼맨 같은 신적인 존재가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의 명암을 상상해보는 작가의 통찰력과 연륜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트맨은 소련식 방한모를 쓴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무정부주의자로 등장하는데, 슈퍼맨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신적 존재인 슈퍼맨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슈퍼맨 외에도 원더우먼, 그린랜턴, 렉스 루터 등 단골 조연들도 약간씩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저스티스 리그: 탄생>

제프 존스 지음 짐 리, 스콧 윌리엄스 그림 출판연도 2011년

DC 코믹스는 2011년 새로운 독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뉴 52>라는 타이틀하에 모든 자사의 간행물들을 리부트시켰다. 원래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가 원제목이었던 시리즈도 프랜차이즈의 국제화에 맞추어 아메리카를 뺀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으로 리부트되었다. DC 코믹스의 대표급 캐릭터들이 총집합된 중요한 시리즈인 만큼 6부작으로 기획된 첫 스토리는 스타 작가인 제프 존스와 짐 리의 손에서 탄생했다. 구성원은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가 첫 등장한 1950년대와 유사하게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아콰맨이 핵심 멤버로 들어가 있고, 각 구성원들이 각자의 특기를 살려 균등한 활약 분배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배트맨 v 슈퍼맨>의 홍보 영상에서도 이 라인업과 유사한 구성원들이 등장한다. 리부트 타이틀인 만큼 각 멤버들의 기원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느라 스토리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으나, 짐 리의 그림체는 명료하고 시원시원하다. 단행본 1권의 내용은 현재로부터 5년 전 팀이 모이게 된 경유를 서술하고 있고, 단행본 2권부터는 현재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슈퍼맨과 배트맨을 포함한 DC 유니버스의 주요 캐릭터들에 익숙해지고자 하는 초심자에게 적절한 책이다.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

톰 테일러 지음 제레미 라팍, 마이크 S. 밀러 그림 출판연도 2013년

2011년 <모탈컴뱃>을 성공적으로 리부트시킨 네더렐름 스튜디오의 2011년작 동명의 타이틀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콘솔용 게임은 DC 유니버스의 여러 캐릭터들이 일대일 결투를 벌이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대전 게임인데, 동시 발간된 이 미니시리즈 1권은 게임 스토리의 프리퀄 역할을 하고 있다. <슈퍼맨: 레드 선>과 흡사하게 신과 같은 힘과 능력을 사용해 절대 권력자가 되는 슈퍼맨이 등장한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립이 부각되는 이 시리즈에서 결국 배트맨은 슈퍼맨의 절대 권력에 대항할 히어로팀들을 구성해 슈퍼맨 편의 히어로들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초반에 마블의 <시빌 워> 스토리와 유사한 전개를 보여주는 시리즈로, 그림에 비교적 신인 작가들이 많이 투입되었다. 게임의 줄거리와는 별개로 만화 시리즈는 이후에도 계속 발간되어 거의 독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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